우리농산물

겨우내 우리곁의 묵은나물

보고 느끼고 2008. 9. 18. 18:08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은 제철 과일에 대한 이야기조차도 통하지 않을 때 참 난감하다. 딸기만 해도 한겨울 내내 나오다가 봄이 되면 얼른 자취를 감춰버린다. 겨울 동안에는 제철 음식이 아니라며 감질나게 사주다가 봄이 되면 어느덧 사라져버려 구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으니 아이들은 딸기조차 충분히 먹지 못한다고 불만이 많다. 그래도 과자대신 과일을 먹이고 채소를 충분히 먹이려고 노력하고 더불어 절기 음식도 해먹이려고 하고 있다.

본디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자연환경에 맞는 식생활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철바뀜이 명확하여 식생활에서 계절적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음식이든 제철에 나는 것으로 만들어야 가장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으며 입맛을 당기게 하고 건강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입맛을 당기게 하고 기력을 돋워 주는 산뜻한 맛과 싱그러운 향기를 가진 음식을 먹기 위해서 산과 들을 찾아 쑥, 달래, 냉이 같은 나물과 진달래꽃까지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 때문에 피로하고 영양분도 많이 소모하게 되어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시원한 음식, 기력을 돋우는 음식을 먹었다. 시원한 콩국에 칼국수를 말아먹기도 하고 육개장, 백숙을 해먹기도 하는 등 절기를 찾아 음식을 먹는 습관은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 남아있다.


그 중 정월 14일은 보름이라 하여 신라시대부터 지켜온 명절이다. 이때는 오곡밥과 9가지의 묵은 나물, 나박김치, 부럼을 먹었다. 호두, 잣, 은행 등 견과류는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양질의 지방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 호두, 잣은 단백질과 지방유가 있어 변비를 없애주고 춥고 건조한 계절에 기침이나 가래는 다스리는 윤활제로 쓰이기도 하였다.


정월 음식 중 묵은 나물은 9가지로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였다. 농경사회는 추운 겨울에는 채소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가을에 나물을 데치고 말리고 호박이며 가지 무도 썰고 말려서 준비해두었다가 나물이 귀한 겨우내 해먹었다. 그 옛날 한겨울에 한상 푸짐하게 취, 고사리, 고구마순, 가지, 무시래기, 호박, 도라지, 콩나물을 차려놓고 오곡밥까지 차려놓고 이웃과 둘러앉아있는 조상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참 정답다.


요즘은 겨울에도 채소며 과일이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겨울에는 묶은 나물을 찾아서 해먹게 된다. 절기 음식을 해먹이면서 아이들에게 자꾸 두런두런 이야기하게 된다. 제철 과일이 어쩌고저쩌고 절기 음식이 어쩌고저쩌고 인스턴트 음식이 어쩌고저쩌고 자꾸 잔소리장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 맛을 알게 되고 그의 아이들에게 나물이며 오곡밥 식혜를 해먹이게 되기를 바라며 잔소리꾼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련다.



<< 호박나물, 가지오가리 >>


1. 찬물에 나물불리기

호박고지, 가지오가리등 연한 것은 삶지 않고 불려서 조리를 하는 편이 처음부터 물에 담가서 불리는 것보다 영양 손실도 적고 맛도 좋다. 말린 나물을 찬물에 얼른 헹궈 먼지를 씻어낸다. 


2. 물에 불린 나물에 양념하기 

적당히 불린 나물을 살펴보아 물기가 너무 많으면 찢어지지 않게 살살  살짝 짜준다. 마늘, 다진파, 조선간장, 들기름(참기름), 깨로 조물조물 무쳐서 짭짤하게 간을 한다.  


3. 부드럽게 볶아내기(중요!)

 냄비에 양념한 나물을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생수에 들깨가루를 풀어서 붓고 살짝 끓여주고 뜸 들인다



<< 취나물,고사리,고구마줄기나물,토란대나물 >>


1. 찬물에 나물불리기-10~15분정도

바짝 마른 나물은 냄비에 나물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삶기 전에 충분히 불린다.  


2. 물에 불린 나물 삶기. 물은 넉넉히.

불린 나물을 그대로 불에 얹어 15~20분정도 삶는다. 토란대 나물은 오래 삶으면 뭉그러지니까 불린 후에 살짝 데쳐내는 정도로 삶아내도록 한다.


3.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기

삶은 냄비에 물을 따라내고 다시 찬물을 부어서 30분 정도 담가둔다(나물이 아직 뜨거운 상태라 찬물을 부으면 미지근하게 됨). 나물이 부드러워진 상태에 따라 오래담가두기도 한다.  


4. 찬물에 헹궈서 건진 나물을 적당히 물기를 짜줍니다.

담가두었던 나물을 찬물에 여러 번 헹궈내고(흙이 없어지도록), 적당히 물기를 짜준다. 이때 너무 꼭 짜면 볶을 때 수분이 부족하여 부드럽게 볶아지지 않으니 물기가 남도록 슬쩍 짜내는 것이 중요하다.  


5. 맛있는 양념하기

마늘, 파, 조선간장, 들기름(참기름, 들기름이 좋다는 거 아시죠! ), 참깨로 조물조물 무쳐서 간을 한다. 나중에 나물에 간이 베어 싱거워질 수 있으니 먹어보아 짭짤하게 하도록 한다.


6. 부드럽게 볶아내기(중요!)

냄비에 양념한 나물을 넣고 볶다가 생수 약간(1/3~1/4컵 정도)를 붓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인다.(나물이 부드러워지게). 이때 생수(또는 다시마물)를 넉넉히 하고 들깨가루를 풀어서 부어주면 훨씬 맛도 좋고 영양도 좋다.

 

(사)수수팥떡아이사랑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