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바람 게시판

[아침울림] 영원한 삶 - 박은희

보고 느끼고 2008. 9. 29. 22:33






삶과 죽음은 늘 눈앞에서 실연되고 반복된다.
그것이 가까운 사람이건 먼 나라 구석진 어느 곳, 어떤 사람이건 간에.
아쉬움과 서운함 속에서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난다.
‘여행’ 여행을 가는 거다.

그러나 슈베르트가 31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들
그럴싸한 오페라 한편쯤 남아있지 않았을까.
모차르트가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 아름다운 클라리넷 협주곡 하나쯤
더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여행’을 떠나버린 나무가 되고 싶었던 극작가 윤영선의
추모 페스티벌 첫 공연작 ‘여행’을 보면서
작품을 남긴 창작가는 영원히 죽지 않음을 느꼈다.
극중 대사 속에서, 배우들의 움직임 속에서
여기저기 살아 숨 쉬는 그를 보았기 때문이다.

월광 소나타의 지긋한 울림을 타고 베토벤이 살아 움직이고,
슈만, 슈베르트, 역시 바흐까지 그네들의 울림으로 세상은 꽉 차오른다.
이제 가을의 모습이 서서히 색깔로 이야기를 풀어 갈 것이고
낙엽도 덩달아 차곡차곡 쌓여갈 터인데
마치 비발디 사계의 겨울지나 익숙한 봄의 선율로 옮겨가듯
새로운 봄은 어김없이 찾아들 것이다.

가을을 심히 타고 앓는다면, 들꽃이 아름답고 작은 열매까지 신비롭게 보인다면,
분명 세월에 따라 나이 들어감을 인정해야 한다던가.

우주 질서 속 계절의 탈바꿈은 이렇게 반복되고 실연된다.
마치 삶과 죽음의 되돌이표 마냥.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 싶다.
마음을 사로잡는 크고 작은 갈등과 감동들을 초연히 받아들이고
증오, 원망마저 보듬고 싶어진다.
생각을 가다듬으려 바흐를 듣고 또 바흐를 연주한다.
역시 창작가는 작품 속에서 늘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절감하면서….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박은희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음악감독이자 맨하탄 음대 콩쿠르 1위 입상을 했던 피아니스트이기도한 박은희님은 KBS 제1FM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고, 현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사를 역임중입니다.

2007년 12월 3일부터 국립국악원 음원으로 배경음악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아침울림이란? | 친구에게 추천하기 | 정기구독신청 | 수신정보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