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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건설방안

보고 느끼고 2007. 2. 22. 15:52
생태도시 건설방안
흙집지기     2007/01/24 pm00:21:05     34
인간, 사회, 자연의 공생을 위한 문화도시만들기 포럼
일시: 2004년 3월 4일~3월 5일
장소: 경기도 이천 미란다호텔 회의실
후원: 경기도, 경기인력개발원
주관: (사) 문화우리


생태도시 건설방안
이창우/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1. 서론
지금까지의 도시계획은 현재의 특정 도시의 내부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시대의 도시계획은 지구온난화 등 지구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계획이 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시·공간적으로 도시계획의 대상과 범위가 달라지고 있다. 도시계획에의 이러한 변화된 요구는 필연적으로 도시계획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대도시를 “자연과 인위적으로 멀어지게 계획된 공간”으로 정의한다면, 현대도시계획가는 생물적 요소, 자연적 요소를 도시공간에서 추방하면서 오직 인간만을 모든 사고의 잣대로 삼았다. 그러나 생태도시는 도시공간을 “자연과 인위적으로 가까워지게 계획”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한다. 그런데 환경보전적 도시개발 논의와 관련하여 녹색도시, 환경도시, 생태도시, 환경공생도시, 환경친화적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에코시티 또는 에코폴리스 등의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들은 모두 도시를 하나의 생태계 또는 유기체로 파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시관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개념의 도시를 생태도시로 통일하여 쓰고자 한다.
한편 지속가능한 도시란 단순히 ‘지속적으로 발전가능한 도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때의 ‘지속가능한’이란 말은 물리적인 환경친화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통합적인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도시공간을 물리적으로 현대화하면서 초래되었던 각종 부작용을 줄여나가면서 인간정주공간을 지속가능성의 원칙에 맞추어 재창조해 나간다는 뜻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미래성, 자연성, 참여성, 형평성 및 자급성의 5요소를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추구함으로써만 실현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창우, “도시농업과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제83회 정기학술발표대회, 1995. 8. 18, pp55-74.
도시개발이 이제 더 이상 도로 및 건물의 건설을 뜻하지 않는다. 21세기 환경시대에 있어서의 도시개발은 이해당사자의 동반자관계에 기초한 협동적 참여를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장소 만들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통합적 개념이라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계획도 커다란 비전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글은 생태도시를 생물다양성, 자연순환성,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라는 개념을 도출한다.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이후에 이 글에서 서술되는 생태도시라는 용어는 대체로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의미한다. 그 다음 이 글은 지속가능한 생태도시의 관점에서 현대도시의 문제상황을 분석한 후, 마지막으로 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방안을 비전과 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2. 지속가능한 생태도시의 개념 정립
기존 도시가 ‘자연과 인위적으로 멀어지게 계획된 공간’이라고 한다면 생태도시란 ‘자연과 인위적으로 가까워지게 계획된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 도시가 인간생활만이 고려되는 도시라면 생태도시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도시이다. 기존 도시가 유럽도시를 모델로 하는 정형화된 도시라면 생태도시는 각국의 문화·전통에 맞게 조성되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도시이다.
환경위기시대에 있어 도시는 종종 암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지구환경문제는 도시환경문제에서 비롯하며 도시문제가 암처럼 전지구로 번져갈 때 지구가 결국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반이 도시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사는 현대에 있어 도시는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시가 각종 문제의 온상이라면 이것은 또한 도시가 문제해결의 최적지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원칙, 자연보호의 원칙, 시민참여의 원칙, 사회형평의 원칙, 자급경제의 원칙의 5가지 원칙이 추구되어야 한다. 5가지 원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래세대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시내에서의 어떠한 활동도 미래세대의 이익을 손상시켜서는 안된다.
둘째, 자연보호의 원칙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도시생태계가 보호되어야 하며 환경오염을 방지하여야 한다.
셋째, 시민참여의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도시개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넷째, 사회형평의 원칙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공공재에 대한 공평한 접근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다섯째, 자급경제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내의 생산적 자원이 지역의 필요에 최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교통, 도시공간구조, 환경정책 부문을 중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도시에 있어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위해서는 생태계와 인간활동을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태도시 논의에서 도시계획과 관련하여 가지는 한계는 현대도시계획에 대한 비판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생태도시에 관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Morris(1982)는 에너지 효율적이며 자급적인 도시가 생태도시임을 보이고 있고 Spirn(1984), Hough(1984), Nicholson-Lord(1987) 등도 생태도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과 관련하여 생태도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Gordon(1990), Elkin, McLaren, Hillman(1991), Breheny(1992), Girardet(1992)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국제비교연구를 담은 Stren, White and Whitney(1992)와 생태계, 에너지, 환경오염 및 폐기물, 건축, 교통, 경제 등을 다루고 있는 Blowers(1993) 등의 연구도 있다. White(1994)는 생태도시를 물과 에너지순환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고 Platt, Rowntree, Muick(1994)는 생물다양성을 중시하는 생태도시 연구들을 담고 있다. Thompson and Steiner(1997)는 조경적 측면에서 생태적 설계와 계획을 다루고 있다. Inoguchi et. al(1999)은 에코 파트너십이란 관점에서 도시환경관리부문에 새롭게 접근하고 있으며, Barton(2000)은 지속가능한 생태마을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하고 있고, Beatley(2000)는 녹색도시론의 관점에서 유럽의 모범적인 생태도시 조성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병이(1992), 이동근(1994), 성현찬(1994), 김귀곤(1993, 1996), 박종화(1995), 환경부(1996) 등에서 생태도시에 대한 개념정의, 외국사례, 기법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토지공사(1996)와 환경부(1995)의 관련 연구와 한국도시연구소(1998)의 「생태도시론」, 시민환경연구소(2001)의 「생태도시로 가는 길」, 환경정의시민연대(2001)의 「생태도시의 이해」 등의 관련 서적도 있다.
최근 들어 생태도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인을 위한 생태도시 또는 생태마을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박용남(2002)의 「꿈의 도시 꾸리찌바 - 재미와 장난으로 만든 생태도시 이야기」,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2002)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가비오따쓰」, 김해창(2003)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등이 그러한 책이다.
선행연구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생태도시연구는 도시생태계의 순환체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반면 지속가능한 도시 연구는 건축, 교통, 사회경제, 폐기물, 환경정책 등 다양한 분야를 그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생태도시를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개념적으로 혼란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생태도시를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일본 건설성은 생태도시를 첫째, 에너지절약·재순환형 도시, 둘째, 물순환형 도시, 셋째, 도시 기후완화·자연공생형 도시의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日本建設省都市局, 環境共生都市づ くり, 1993 참조.

첫째,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생태도시. 도시내부의 생물적 요소들을 보호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도시를 말한다.
둘째, 자연순환체계를 중시하는 생태도시. 생물다양성을 포함하여 인간활동이 도시의 수계 및 대기계, 자원 및 에너지 순환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도시이다.
셋째,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생태도시.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물리적 환경문제의 개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인간활동과 관련한 교통, 도시계획 및 환경정책부문을 도시생태계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도시이다(<표 1> 참조).

<표 1> 생태도시의 유형 분류
생태도시 유형
정의
주도적 학문
주요 과제
주요사업 및 활동
생물다양성
생태도시(A)
: A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생태도시
식물학, 동물학, 생태학
서식지 보호, 인간과 자연 공존
에코 브릿지, 비오톱, 스텝핑 스톤, 옥상녹화, 동물보호
자연순환성
생태도시(B)
: A+B
자연순환체계를 확립하는 생태도시
조경학, 도시계획학, 건축학, 환경공학
물질대사, 물순환, 에너지 순환, 교통체계 개편, 환경오염 저감
자연형 하천, 투수성 포장, 중수도, 재생가능에너지, 솔라 시티, 도시농업, 그린빌딩, 자전거도로
지속가능성
생태도시(C)
: A+B+C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생태도시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철학
생산소비패턴 변화, 지속가능성 지표, 환경의식 제고, 환경정책 선진화
녹색소비운동, 지방행동 21, 환경교육, 환경거버넌스, 생태마을, 성주류화, 환경분쟁 저감


아래에서 위 생태도시 분류상의 지속가능성 생태도시 또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의 관점에서 현대도시의 문제상황을 개관해보고자 한다.

3. 현대도시의 문제상황
가. 綜合과 大 字에 쓰는 부고장
현대도시계획의 정당성은 그 이론적 근거를 합리성과 종합성에서 구해 왔으나 최근 종합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종합계획은 공공이익을 전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회적 약자의 필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도시의 정책결정자들은 “종합”과 “대”를 찬미해 왔다. 서울만 보더라도 잠실“종합”운동장, 성수“대”교, 마포“대”교, 강동“대”로, 올림픽“대”로 등의 이름이 도시공간에 산재해 있다. 종합병원, 종합복지관, 종합정보센터, 종합상가 등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종합을 지향하는 사회이다. “종합”과 “대”는 무언가 현대적이고 발전적이며, 듣고 보기만 하여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용어다. 그러나 “종합”이나 “대” 자를 빼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은 허망해진다. 잠실운동장, 성수교, 강동로 등으로 부르면 더욱 친밀하게 느껴진다. “종합”과 “대”의 실체와 상징들을 체계적으로 몰아낼 때 우리 도시는 근대성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발”이라는 말이 우리 시대의 터부가 되고 있듯이 조만간 “종합”과 “대”도 그러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모든 것들을 모아놓은 종합의 정책을 극복하고 부문간 관계를 중시하는 통합의 정책을 지향할 때 우리 도시는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계획가와 설계자, 건축가들이 종합계획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대안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 소비중심 사회
도시에서 생산보다 소비가 중요시되고 있다. 도시에 있어서의 인간관계는 직업에 의하여 구분되어 왔다. 즉 시민이 어떠한 생산자 그룹에 속하는가에 의하여 그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도시사회현상 속에서 소비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피자 헛이나 맥도날드와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직업에서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 단지 그들이 같은 식당에 있으면서 음식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들의 정체성을 확인해줄 뿐이다. 식당에서 뿐 아니라 극장, 음악회 등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관계가 도시의 일상생활을 규정하고 있다. 도시계획을 논함에 있어 생활방식, 생산양식에 더하여 소비행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생산 없는 소비가 없으며 그 생산이 어떻게, 어디에서 이루어지느냐에 의문을 던지고 살펴보면 우리는 현대도시의 종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시민들은 일상적인 소비생활 그 자체가 환경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물건을 소비할 때마다 지구상 어딘가에 우리의 생태적 발자국을 남기게 마련이다. 상품의 원료가 어디에서 채취되고 생산물이 어디에서 제조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생태적 발자국이 어디에 찍혀지는지 알 수 없을 따름이다. 시민들은 하루 중 시 경계를 한발국도 벗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품의 소비를 통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 된다.

다. 권력의 상징으로서의 스카이라인
한 시대, 한 도시의 지배 권력은 스카이라인으로 표출된다. 중세유럽 도시들에 있어 교회의 지붕과 첨탑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 당시대의 지배 권력이었던 종교계의 힘을 말없이 드러내고 있다면,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20세기 초까지 궁궐의 지붕이, 현재는 기업의 오피스 빌딩이 도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시대의 정신과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침묵의 웅변으로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현재의 도시정책과 제도는 지배세력의 상징으로서의 스카이라인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라. 개혁의 상징으로서의 공간
개혁은 반드시 특출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가시화되게 마련이다. 서울의 여의도에 있었던 5.16 광장은 좋든 나쁘든 한 가지 시대적 변혁의 상징이었고, 그것이 다시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도 또 다른 시대변화의 상징이었다. 이제 우리는 광장이 사라진 도시공간에서 의사소통을 위한 공공공간의 필요에 또다시 목말라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공간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재해석과 담론만 생산할 뿐이지 개혁의 상징인 새로운 공간을 적극적으로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편 가장 과격한 개혁이 기존의 법을 제대로 지키는 일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마. 질서성과 무질서성
반대하는 일은 찬성하는 일보다 쉽다. 반대는 무질서를 지향하고 찬성은 질서를 향한다. 그런데 혼돈 속에서 질서가 탄생한다면 제도는 곧 질서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제도는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울수록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단순한 시각이라는 비판이 있겠지만 일단 시민단체를 무질서, 정부를 질서로 치환하여 도시정책과 제도를 둔, 양자간의 파트너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무질서는 나쁜 것,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질서는 좋은 것,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질서와 무질서는 선악의 문제를 떠나 있다. 오히려 무질서는 창조를 낳고 질서는 퇴보를 잉태한다.
무질서성을 그 본질로 하는 시민단체가 질서정연한 체제 속에 놓이기 될 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시민단체가 관료화하고 다양성과 진취성을 상실할 때 자유와 창의, 진보를 지향하는 시민단체의 존재의의는 상실될 우려가 있다.
한편 정부는 질서의 상징이다. 너무 창조적인 정부는 불안하다. 정부가 그 관료성을 버릴 때 정체성은 흔들린다. 도시정책과 제도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수립과 집행을 위한 파트너십의 정착을 위해 시민, 기업, 행정 3자가 모두 균형주의를 단기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균형주의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선을 실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취하기 위하여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양보하는 것이 균형주의다. 그런데 이러한 균형주의는 도덕적 이상주의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접근방식이다.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할 입장이다.
한편 도시문화는 질서의 또 다른 표현이다. 혼돈스러운 도시현상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것이 문화이며, 더 나아가 축제이다. 축제의 날이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것은 규칙 하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혼란스러운 질서일 뿐이다.

바. 도시 멀미 가설
사람이 배멀미나 차멀미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눈과 귀의 작용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배멀미의 경우, 선실내에 있는 사람의 귀는 해수면의 높낮이를 감지하지만, 눈은 그 변화를 알 수 없고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정보의 상이한 전달이 배멀미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배멀미의 경우를 오늘날 도시, 특히 대도시의 환경문제 내지 도시문제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도시멀미 가설’이 성립한다.
시민의 눈은(혹은 비유적으로 육체는) 항상 같은 건물 또는 구조물을 보지만, 귀는(혹은 비유적으로 정신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유전자에 각인된 바와 같이 기후 및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감지하고 있어 눈과 귀가 주는 정보전달에 오차가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의 부조화가 도시 스트레스 나아가 도시 범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현대도시생활은 정신과 육체를 괴리시키고 있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의 오랜 진화과정을 통하여 육체가 느낄 때 정신도 같이 느끼도록 되어 있는데 도시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힘들다. 현대도시는 인간과 자연을 유리시키고자 인위적으로 계획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몇 가지 도시멀미의 예를 들어본다.
우리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사무실에 에어컨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정신은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당연히 땀이 흐를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고자 하나 육체는 추위를 느낀다. 정신과 육체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한편, 여름에는 나뭇잎이 무성하고 겨울에는 나무가 앙상하다. 그런데 도시에서 숲이나 녹지가 점점 사라지면서 시민들이 사무실이나 집에서 여름에도 녹색을 보기 어려운 것이 현대도시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현대도시는 “인위적으로 자연과 멀어지고자 계획된 공간”이기 때문에 전근대적인 자연의 요소, 즉 나무, 풀, 야생동물을 몰아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름이 오면 현대도시에 사는 시민의 육체는 숲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신은 녹색을 ‘보고’ 있어 이 또한 정신과 육체의 부조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배멀미를 멈추는 방법은 갑판으로 나가 멀리 수평선을 보면서 귀와 눈의 작동을 일치시켜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시멀미를 없애려면 자연의 요소를 도시에 가능하면 많이 끌어들여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작용을 일치시키든지, 아니면 자주 자연으로 나아가 심신을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도시문제의 상당부분이 인간 심리와 생리의 불일치가 가져온 현상일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대도시문제를 이해하는 전통적인 접근방법에는 무엇인가 잘못된 점이 있다. 도시성에 대한 낡은 관념을 가지고 도시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물리적인 환경과 인간활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을 간과하고 있다. ‘도시멀미 가설’에 관한 한, 정신과 육체는 공동진화하고 있다. 정신과 육체는 하나이지 둘이 아니다. 도시에 자연적 요소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시민의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다.
도시멀미를 방지하는 손쉬운 방법은 ‘도시를 떠나는 것’이다. 배멀미를 하지 않기 위해 아예 바다에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꾼다든지, 주말에 농촌에 나간다든지 하는 행위는 도시멀미 문제에 대한 일시적인 처방이라 할 것이다. 도시텃밭이라든지 농촌 풍경이라는 것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자연(nature)이 아니라 문화(culture)의 변용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것’은 ‘내버려둠’, ‘소용 없음’, ‘목적 없음’ 등과 어떻게 보면 동의어라고 볼 때, 도시성과 배치되는 개념이 자연성이다. 기존 도시에 있어서 지가로 상징되는 도시경제와 녹지로 상징되는 도시환경의 조화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에 살면서 도시멀미를 하지 않으려면, 아니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도시 공간을 들여다보며 공공성을 논하는 도시계획가가 도전해야 할 화두다.

4. 생태도시 건설방안
가. 비전
1) 지방지식에 기초한 도시정책과 제도의 수립․집행
도시정책과 제도는 지방지식에 기초해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적응력이 강한 기술이란 지방에 잘 적응하는 기술을 말한다. 위계적 사고가 아니라 네트워크적 사고는 지방주의로 이어진다.
핸드폰을 예로 들어보자. 지역번호를 사전에 입력시켜 놓을 수도 있고, 자주 거는 전화번호는 간단한 숫자로 입력시켜 놓아 쉽게 전화를 걸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암호를 걸어 놓을 수도 있다. 오직 핸드폰의 소유자만이 그 핸드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핸드폰 소유자는 이 핸드폰에 대하여 지방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컴퓨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마다 바탕화면이 다르고 메뉴의 배열방식도 다르다. 컴퓨터의 사용방식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컴퓨터를 장식하고 개조한다. 이렇듯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지방지식은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화된다. 즉 도시의 하부공간마다 자기만의 코드를 가지게 된다. 남의 컴퓨터를 빌려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칫솔을 빌려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누군가 내 컴퓨터를 나의 허락 없이 만졌다면 금새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 나만의 지방지식을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남긴 침입의 흔적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방지식에는 그 지방지식을 공유하는 구성원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이미지 또는 감성이 있다. 외부인은 그러한 독특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지속가능한 생태도시계획은 지방지식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된다.

2) 미래세대의 삶의 공간으로서의 도시 만들기
미래세대는 현재세대가 생명을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의존하고 있는 것과 똑 같은 깨끗한 공기, 맑은 물, 기름진 토양을 필요로 할 것이다. 현재세대는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세대로부터 각종 자원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세대의 문화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전수할 의무가 현재세대에게 있다면 이것은 문화유산이 미래세대의 바람직한 생활환경을 증진시켜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논의이다. 그러나 먼 미래의 공동체가 우리가 현재 바람직하다고 여겨서 행하는 일들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논함에 있어 현재세대는 신중을 요한다.
현재의 협소한 지식과 불완전한 과학기술로 도시공간을 몽땅 개발해버릴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미래세대에게 남겨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살아 있는 미래세대인 어린이의 시각을 도시공간의 계획과정에 고려하는 것도 시간을 초월하여 도시의 공공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어린이가 어른을 잘 아는 데에 비해 어른은 어린이를 잘 모른다는 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3) 거리는 아이들의 놀이터
수십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들은 모두 길거리에 나가 놀았다. 거리 자체가 놀이터였다. 지금은 도시공간에서 어린이들은 어린이 놀이터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컴퓨터라는 사이버공간에 갇혀 논다. 아이들이 마음껏 길거리에서 뛰어놀게 해야 한다. 어린이를 포함한 보행자, 자전거이용자, 자동차운전자가 도로에 대해서 공평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적어도 주택가 도로에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차량속도를 줄이고 차량과 사람간의 형평성을 증진하면서 안전을 유지하도록 거리환경을 재설계해야 한다. 주택가 도로에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기존의 각종 도로표지 및 관련시설물을 없애는 한편 도로에 공놀이시설과 노인을 포함한 구경꾼을 위한 벤치를 만들자. 자동차 통행이 꼭 필요한 곳이라면 자동차 주행속도를 엄밀하게 제한하고 일방통행만 허용하자. 차선도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하고 가능하면 통과교통을 막아야 한다. 이제 주거공간 주변의 거리를 자동차로부터 빼앗아 어린이에게 주자.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니라 놀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전 아래 실험적인 도로 재설계, 지역사회 예술제, 지역사회 공용공간 설치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서로 연계되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4) 태양시대의 도시계획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은 도시설계와 같은 건축규제 및 토지이용계획, 그리고 도시형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30년 이내에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시대가 막을 내리고 태양에너지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의외로 적다. 태양에너지 시대를 대비하는 대책들이 지금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태양에너지는 근본적으로 조방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고층고밀의 도시공간구조는 태양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지붕마다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게 되면 도시의 경관도 상당히 바뀌게 될 것이다. 태양에너지 발전소와 충전소의 건설 적지를 지금부터 물색해놓아야 할 것이다. 건축물의 수명을 생각해볼 때 지금부터 태양시대에 적합한 도시공간구조를 구상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안된다.

5) 도시 시간계획
도시내 공간만을 계획할 것이 아니라 시간도 계획해야 한다. 시민들이 하루의 시간을, 일주일의 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그 분석결과를 도시공간 계획에 결합시켜야 한다. 도시가 진화한다면 시간을 전제하지 않고는 도시현상의 그 어느 것도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공간계획만 있고 시간계획이 없다면 생태도시는 완전할 수 없다.

6) 느린 도시(Slow City)
느린 도시(Slow Cities) 운동은 이태리 로마에서 맥도날드 식당이 문을 연 것을 계기로 1986년에 시작된 슬로운 푸드(Slow Food) 운동에 연유한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그 본부를 이태리 알프스의 산기슭에 있는 소도시 Bra에 두고 있으며 현재 40개국에 7만여 회원이 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그 상징을 달팽이로 하고 휴식과 느림을 추구하고 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는 느린 도시 운동 역시 이태리에서 출발하였다. 1999년, 32개 이태리 도시들이 자기 지방의 고유한 특성들을 보존하기 위해 느린 도시 협회를 구성함으로써 이 운동이 시작되었다.
느린 도시 운동이 추구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 및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보존한다.
둘째, 인프라를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개발한다.
셋째, 삶의 질과 자연 및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한다.
넷째, 지방산 먹거리를 생태적으로 생산하고 이용하는 것을 장려한다.
다섯째, 지방의 문화적 전통에 기초한 생산을 지원한다.
여섯째, 방문객을 환대하는 지방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일곱째, ‘느린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인식을 시민들이 가지도록 홍보한다.
위와 같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도시도 ‘느린 도시 운동’을 우리 실정에 맞게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느린 도시가 생태적이다.

7) 향기로운 도시 만들기
도시에서 녹지가 사라지면서 인간의 후각이 자연의 향기에 접할 기회가 적어져 가고 있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사람들이 안전한 주거공간을 찾고,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며, 건강 및 생존에의 위험을 멀리하는 데 기여해 왔던, 자연이 내뿜는 풍부한 냄새가 이제 조직적으로 우리 곁에서 격리되고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는 생태계를 보존하는 한편 시민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주고, 만남의 장소와 운동 공간을 제공하는 등 여러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도시공원 및 녹지의 진정한 가치는 잠자는 인간의 후각기능을 일깨워주는 데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도시공원이 필요한 이유는 생태계 보전이나 대기오염 정화 또는 휴식공간 제공뿐만이 아니라 시민에게 흙내음과 풀냄새를 맡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후각기능을 되살리는 데 도시자연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시가 계획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8) 종차별, 성차별 없는 도시 만들기
1975년 <동물해방>이란 책을 쓴 피터 싱어는 동물보호운동은 인종차별, 성차별 없애기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8세기 영국의 귀족집에서는 흑인 소년을 애완용으로 두고 있었다 한다. 그 당시 흑인은 동물과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1792년 영국의 메리 월스톤크로프트가 <여성 권리의 옹호>라는 책을 펴냈을 때 그 책은 한동안 웃음거리였다. 이 책을 야유하기 위해 <짐승 권리의 옹호>라는 저자를 알 수 없는 책이 나와, 동물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어리석듯 여성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비웃고 있다.
상업지역, 주거지역, 공업지역 등으로 나누는 용도지역제는 19세기 말 독일에서 도살장이 주택가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최초로 고안된 것이다. 위생 및 도덕적 차원에서 가축을 도시에서 추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에는 많은 가축들이 도시에서 길러지고 있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말까지 서울의 4대문안에는 정부의 제사에 필요한 소, 돼지, 양을 사육하는 곳, 궁중에 소용되는 말을 기르고 궁중의 가마, 외양간, 목장을 맡아 보는 곳 등이 여럿 있었다.
현대 도시계획가들은 계획과 설계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유색인종, 노약자를 경시하여왔듯이 동물들도 무시하여 왔다. 도시계획에서 동물을 다루어 왔다면 고기, 가죽에 대한 관심때문이었지 동물 자체의 삶, 욕구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중심적 도시계획에서 탈피하여 동물의 위상을 재정립하여 종차별 없는 도시계획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동식물과 서식지를 나누어 쓰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야생동물도 후대에까지 물려줄 귀중한 자연의 일부이다. 야생동물이 하나 둘 멸종해 가면 우리 인간도 곧 그들과 같은 운명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인종차별, 성차별 없는 사회 건설 노력에 더하여 궁극적으로 인간과 동물과 식물간의 종차별 없는 사회 건설에 생태도시계획이 이바지해야 한다. 생물종 다양성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는 이 때 도시내 식물과 동물의 위상이 재평가되어야 한다.
한편 도시의 정책과 제도 등을 여성적 시각에서 재평가하면서 ‘도시계획의 여성화’를 새로운 비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공간에서 사회적 억압의 징후들을 발견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남근숭배사상에 찌든 도시가로와 건축물을 여성화할 뿐 아니라 도시정책과 제도, 도시계획을 여성화해야 한다.

나. 과제
1) 생물다양성 증진
공원 및 녹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도시내에서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생태공원, 도시환경림 등을 조성하는 한편, 도시녹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착각공원, 소리공원, 향기공원 및 물놀이공원 등을 조성하여 공원의 확충이 시민정서 순화에도 기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원을 확충함에 있어 단지 푸르른 도시를 만든다는 목표 뿐 아니라 향기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향기는 도시생활에 찌든 시민의 심신의 병을 치유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둘째, 도시내 공한지를 도시텃밭으로 이용하여야 한다. 도시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비공식 오픈 스페이스의 생태계보전효과에 눈떠야 한다. 영국의 취미농원법을 참조하여, 도시텃밭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비료나 농약사용 규제, 임대료 및 임대방법 등을 정하는 도시텃밭법을 중앙정부에서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 또한 이를 근거로 토시텃밭 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야 한다. 방치되고 있는 국공유지 뿐 아니라 놀려두고 있는 사유지까지 임시적으로 도시텃밭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각 자치단체는 도시내의 나대지, 유휴지, 공한지에 대한 종합적 조사를 벌여 경작가능지와 경작 불가능지로 나누는 등 도시텃밭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셋째, 1인당 공원면적의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모든 시민이 어느 곳에 거주하든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근린공원을 많이 조성하여야 한다. 자동차를 타야만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공원은 교통량 증가로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넓은 포장 주차장이 필요하여 생태계 순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개발제한구역의 지정목적을 재정립하여 환경친화적으로 이용하여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은 양질의 농지, 매력적인 풍경 및 야생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보전정책을 보완하는 정책수단이 되어야 한다. 도시내 농지의 환경보전 효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다섯째,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환경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중국의 대기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석유류 및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거나 복원하는 사업을 벌여야 하며, 건강한 흙은 계속 그 건강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2) 자연순환체계 확립
① 물 및 대기순환
도시의 자연순환체계 확립은, 도시에 물의 요소를 가능한한 많이 끌어들이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이 있어야 제대로 된 도시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이 가능하다. 물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전제하에 하천 수질개선, 하천 생태계 복원, 토양피복도 개선 시책이 나와야 한다. 숲과 녹지 확충, 습지 보전, 인공습지 조성, 도시공원 연못 조성과 공원 연못 수질 개선, 하천생태계 복원, 복개하천 원상회복, 가능한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걷어내기, 하천 건천화 방지 등이 도시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위해 우리가 지금 서둘러 해야 할 일이다. 물은 수량과 수질의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결정적 요소로 보아야 한다. 곳곳에 물의 공간을 만들어, 어떤 곳은 물이 고여 있고 어떤 곳은 물이 흘러갈 때 도시생태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서울에서 개구리를 포함한 많은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물관리를 잘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적 측면에서 물순환을 체계화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자원을 보호하고 물순환과정에서 낭비를 없애는 방법, 우수유출율을 낮추고 도시하천의 범람을 막는 방법, 자연수계의 수질을 보전하는 방법, 친수환경을 형성하는 방법 등으로 구분하여 도시내에서의 물순환이 원활히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귀곤(1993), pp119-122. 참조.

장기적으로 볼 때, 물 없는 화장실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 및 호주 등지에서는 물 없는 화장실 또는 퇴비화 화장실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 각 가정의 화장실을 개조하기 이전에 우선 고속도로 휴게실, 공원, 해수욕장, 스키장, 골프장 등 공공시설부터 화장실을 자연형 화장실로 개조해 나가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 없는 화장실은 도시에서의 물 사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인간의 배설물은 다른 동물의 배설물과 마찬가지로 수계가 아니라 토양계로 되돌려 보내 그것을 양분으로 하여 식물이 자라고 그 식물을 다시 동물이 먹음으로써 생태계가 순환체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
한편 대기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대기오염 유발시설과 주거지역간의 상충성을 도시계획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도시녹지가 주변환경에 미치는 기상학적 효과와 대기오염 정화효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있어야 한다. 생태도시계획이 단지 도시녹화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도시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열섬효과 등 도시기후현상을 완화하는 데 나무와 숲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저공해차를 도입함으로써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여나가는 한편 각 도시에 턱없이 부족한 대기오염 측정망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② 에너지 및 자원절약
개별 주택에서의 난방과 요리 그리고 교통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됨에 유의하여 에너지 절약계획을 세워야 한다. 도시에서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은 도시설계와 같은 건축규제 및 토지이용계획, 그리고 도시형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복합적 토지이용은 열병합발전 시스템의 도입을 가능하게 하여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에 기여한다.
소비와 환경부하를 도시내의 소규모지역에 집중시키는 소위 고밀도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도시공간구조는 재활용이나 재이용 또는 환경보전을 용이하게 해 준다.
도시에서 에너지가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전담할 부서가 취약하다. 연료, 교통에너지, 쓰레기 재활용과 관련한 에너지 정책 등 자원 및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적 이용을 위한 종합적 도시에너지 관리계획을 수립·추진하기 위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 에너지 전담부서의 설치가 필요하다.
한편 재활용기술이 발달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나라 도시들이 소각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결국 대부분의 재활용가능한 자원들을 쓰레기화하는 잘못을 범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쓰레기를 감량하고 재활용하는 데 최우선 정책과제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앞으로 재활용가능한 자원의 매립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폐쇄된 쓰레기 매립장을 다시 쓰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쓰레기 매립장을 이모작하는 것으로, 수명이 끝난 쓰레기 매립장을 다시 파헤쳐 재활용가능한 자원을 회수하는 한편 위생매립지로 탈바꿈시켜 쓰레기 매립장으로 다시 쓰는 방안이다. 기존의 쓰레기 매립장 중 상당수는 자원의 보물창고이다.

3) 지속가능성 달성
① 환경친화적 교통계획 수립
토지이용과 교통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므로 토지이용·교통 통합계획이 필요하다. 버스노선 변경, 육교 및 지하도 설치 등은 토지이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역으로 직주 거리, 쇼핑센타 입지, 관공서 입지 등이 교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환경친화적 도시교통계획을 수립할 때 장단기별로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1-2년내에 가능한 계획: 혼잡통행료 징수, 주행세 신설, 주차제한, 환승주자창 확충
둘째, 2-5년에 가능한 계획: 자동차의 환경친화적 설계, 대중교통수단으로의 정책전환
셋째, 5-30년내에 가능한 계획: 경전철 건설, 새로운 개념의 차량 개발, 교통관련 조세정책의 개편, 도심부 공간구조의 개편, 태양열 에너지 이용을 고려한 도시계획
넷째, 30년 이상을 내다보는 계획: 도시공간구조의 전면적 개편, 새로운 사회가치의 확산, 녹색경제학 등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통문제 해결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② 도시계획체계의 개편
생태도시가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토 및 도시계획의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앞으로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부서와 도시계획부서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우리나라 생태도시 건설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켐브리지셔 카운티에서는 행정의 효율성 제고와 예산절감을 위하여 교통과 환경을 통합하여 환경교통국을 신설하고 있다. 환경교통국이 다루는 업무에는 도시계획, 환경, 교통 등이 포함된다.

도시계획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있어 지방의제 21 또는 지방행동 21이 21세기의 대안적 도시계획체계가 될 수 있다. 사회․환경․경제부문의 이슈간 통합,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이해관계 통합, 비전과 목표 제시, 지구적 관점을 통한 지구환경문제와 지역사회문제의 연계, 지속가능한 자연자원 관리를 그 특징으로 하는 지방의제 21을 통하여 생태도시 조성이 앞당겨질 수 있다.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의제 21’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시계획분야 에 있어서의 2가지 핵심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 이 개념들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 확산시 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③ 환경정책의 과제
중앙정부는 현 도시계획체제와 환경정책의 연계성을 높여나가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 법과 조례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과제로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모든 행정서비스가 환경친화적 관점에서 계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체계적인 공무원 환경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문직 공무원을 특채하여야 한다. 환경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신사회간접자본으로서의 정보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종합환경정보관리체계를 구성하는 한편 자치단체 환경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야 한다.
둘째, 환경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시민이 지방행정 서비스의 계획, 집행, 평가, 모니터링, 운영관리 등의 모든 단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셋째, 생태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또한 도시경제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평가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지표 또는 지속가능성 지수를 새로이 개발해야 한다.

5. 결론
이 글은 생태도시를 생물다양성 생태도시, 자연순환성 생태도시, 지속가능성 생태도시의 셋으로 나누어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라는 관점에서 현대도시의 문제상황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문제를 발생시켰을 때 가졌던 가치관을 그대로 가지고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문제해결은 새로운 문제인식,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생태도시는 계획이나 설계의 측면만으로 달성되기 어려우므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원에 있어서의 총체적 사회개혁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의 첫걸음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여러 원칙에 입각하여 현재의 도시개발정책의 전반이 도시자연환경과 시민의 삶의 질에 미친 영향을 재검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생태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수질오염, 대기오염에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되며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머물러서도 안된다. 생태도시란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를 말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논의에 있어 생태계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인간활동 부문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정책적 측면에서 인간활동을 통제하지 않고는 생태도시는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서 제시한 여러 비전과 과제는 우리나라 도시가 생태도시를 지향함에 있어 앞으로 더욱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할 것들이다. 도시의 공간계획 및 환경관리를 담당하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해당부서가 새로운 문제인식을 가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도시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어나가는 데 시민과 힘을 합쳐 함께 나아가야 한다.
20세기로부터 우리가 얻은 교훈은 대규모의 종합적인 사업들이 항상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점이다. 19세기 사고를 가지고 20세기 서구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오늘의 도시는 21세기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재편성되어야 한다. 서구인의 지리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도시공간구조를 한국인의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바꾸어나가야 한다.
도시계획이 가진 전체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 가치관은 지양하되 그 합리성은 계속 유지하고, 도시적 삶에 있어서의 중요한 물리적 요소들을 서로 아우르는 통합계획의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동반자적 참여의 과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이 21세기의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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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리 흙집 원문보기 글쓴이 :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