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바람 게시판
이마가 깨끗한 참사람 ‘진인’ - 조규만 주교
보고 느끼고
2008. 12. 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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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러분 모두 크리스마스를 기쁘게, 그리고 새해를 행복하게 맞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몇 년 전 우연히 어떤 글을 만났습니다. 그 글은 성경말씀과도 같이 저에게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여 작은 선물로 그 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진인'이라는 장자의 글입니다.
「 옛날의 진인은 스스로의 견해를 올곧게 지켜 두려워하지 않았다. 위대한 업적도 없었고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실패하더라도 슬퍼하지 않았고, 성공하여도 우쭐대지 않았다.
옛날의 진인은 벼랑에 오를 때에도 어지러워하지 않았고, 물속에 뛰어 들어도 젖지 않았으며, 불길 속을 뚫고 걸어 나와도 데지 않았다.
옛날의 진인은 잠을 잘 때에도 꿈을 꾸지 않았고, 깨어 있어도 걱정이 없었다. 음식은 소박했고, 숨결은 깊고 푸근했다.
옛날의 진인은 살려 집착하지 않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태어날 때 환호하지 않았고, 떠나갈 때 서글퍼하지 않았다. 올 때 편히 온 것처럼 떠날 때도 편히 떠났다. 그는 도를 거슬리려는 마음이 없고, 스스로 궁리해서 도를 도우려고 하지 않으니, 이러한 사람을 진인이라 부른다.
마음은 자유롭고 생각은 사라지니, 이마가 깨끗하고 얼굴이 잔잔하다.」
장자는 '옛날의 진인‘이라는 구절을 반복함으로써 전설처럼 내려오는 '참 사람'을 칭송한 것처럼 보입니다. 또 한편으로 '이런 사람을 진인이라 부른다'라는 구절을 통해서 그러한 '참 사람'을 기다려온 것처럼도 보입니다. 마치 어니스트가 '큰 바위의 얼굴'을 지닌 사람을 기다려온 것처럼. 어쩌면 '참 사람'은 장자님의 인생관이었으며, 그분의 삶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모두 이마가 깨끗하고 얼굴이 잔잔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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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는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 교수 출판물검열위원회 위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처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 서서울지역담당교구장대리주교, 청소년담당교구장대리 주교 등을 맡고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