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컴퓨터에 자물쇠를 채우라

보고 느끼고 2008. 5. 25. 23:27

컴퓨터에 자물쇠를 채우라

지나가는 사람이 남의 집을 유심히 엿본다면 아직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남의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된다. 더군다나 무언가를 훔칠 목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 주거침입죄를 흡수한다).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면 강도죄다(- 절도죄를 흡수한다). 만일 그 사람이 들어가다가 주인에게 발각돼 급히 도망쳐 나와도 형법상 절도/강도 미수죄에 해당한다.

인터넷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어떤 사람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주인장이 공개한 장소이므로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버젓이 주인이 있는 홈페이지에 문을 따고 들어가면 특별법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네트워크 침입죄에 해당한다. 여기서 ‘남의 홈페이지 문을 딴다.’는 것은 타인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입력해서 로그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홈페이지를 침범한 이상 중간에 도망가도 미수죄로 경감되지 않고 네트워크 침입죄가 성립한다.
예를 들면 애인과 함께 이메일을 공유하다가 헤어진 후에 애인의 이메일에 (계속) 접속해 내용을 열람하는 행위도 네트워크 침입죄로 중벌에 처한다. 네트워크에서는 강도나 도둑의 구별 없이 모두가 중한 벌로 처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사람들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인은 백신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해킹 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된다(- 해킹이나 바이러스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이하에서는 ‘자물쇠 프로그램’이라 통칭한다).

자물쇠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이유는 지나가면서 해코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불의의 도둑이나 강도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그래서 자신의 컴퓨터마다 그러한 프로그램으로 자물쇠를 채우는데 이 자물쇠를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하는 수 없이 좋은 자물쇠, 잘 열지 못하는, 성능 좋은 자물쇠를 사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자물쇠를 사는데 인색하다. 어디서 공짜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갖다 채우려한다. 그래서 많은 자물쇠 회사들은 일단 공짜로 채우게 해 놓고 6개월이나 1년이 지나면 더 이상 작동이 되지 않도록 한다. 소비자는 처음에는 컴퓨터를 사면서 공짜로 들어있는 자물쇠 프로그램을 쓰면서 알게 모르게 좋아하지만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니다. 금방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끝남과 동시에 프로그램을 구매하라는 메시지를 접하게 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그냥 컴퓨터를 사용했다가는 한 순간에 자신의 컴퓨터를 점령당할 수 있다. 아니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설마 내가 당하랴!’ 한 것이다. 그렇게 피해를 입고나면 막대한 수리비용을 지불하며 후회를 한다. ‘진작 자물쇠 프로그램을 설치할 걸……. 성능 좋은 프로그램으로 채워 놓을 걸.......’

그래도 지금은 한국의 컴퓨터 시장에서 자물쇠 프로그램을 공짜로 끼워주는 일이 거의 없지만, 미국은 아직도 대부분의 컴퓨터를 사면 그 속에 맥아피나 노턴의 자물쇠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물쇠 프로그램을 무료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 1년 사용료로 약 2만 원 정도를 지급하면 손쉽게 자물쇠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지만 그나마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막무가내로 없이' 지내기도 한다. ’설마 강도 들겠느냐?‘ 하는 생각처럼, ’설마 누가 내 컴퓨터에 해킹이나 바이러스로 침입하겠느냐?‘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생각은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당하고 나면 후회막급(後悔莫及)이면서.

자물쇠라고 다 같은 자물쇠가 아니다. 그 성능과 질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듯이 소프트웨어의 세계에서도 자물쇠의 성능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면 무엇 하랴,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어디서 공짜 프로그램 구해 설치하고, 제돈 내고 설치해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현실인 것을…….

게임 소프트웨어의 반값도 안 되는 돈으로 자물쇠를 살 수 있다. 일단은 사서 설치하고 사용하면서 개발사에 문제점을 호소하자. 그러다보면 사용자의 보안의식이 더욱 고취된다. 개발자는 사용자를 위해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도둑이나 강도에 대비하기 위해 서로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저자] 김연수(kim@yonsu.net) 미국 퍼시픽신학대학교 교수, IT 칼럼니스트
 
 * 출처 :  안철수 연구소 (http://www.ahnlab.com)

  -건설연구정보센터 기술지원부 연구원 박종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