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예술 장르에서는 ‘인물’들이 왜 갈등하고 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한 예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저항할 것인지 굴복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관객들은 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재미있다든지 별 볼일 없다든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관객들은 이런 ‘캐릭터’의 갈등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온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흥미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시나리오의 알파와 오메가다. 좋은 시나리오는 인물들만 잘 풀어 놓아도 자연스레 만들어 진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이한 캐릭터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에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관건은 그 인물에게 갈등이 닥쳤을 때, 기발하면서도 개연성 있는 결정들을 하게끔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 극의 갈등을 최고치로 올려놓고서 인물이 어떤 결정을 하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몇 주를 흘려보낸다. 이것이 시나리오 작업 과정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때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된다. 작가인 내가 극중 인물과 역지사지하고, 그 인물은 다시 극 안에서 다른 인물과 역지사지를 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그 인물이 타당하거나 기발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나도 관객도 행복한 결말을 얻을 수 있다. 비록 그 이야기가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 역지사지가 영화에서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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