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무똥 로칠드
와인이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와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김주혁, 한혜진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을 내세운 드라마 ‘떼루아’는 아직 시청률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지만
이미 와인 동호회 등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와인은 그 자체가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매회 어떤 와인과 와인 스토리가 등장할지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와인 드라마인 만큼 극의 흐름은 역시 와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드라마 초반부 주된 화제로 떠오른 것은 1억 5천만원짜리 ‘샤또 무똥 마이어 1945’다.
이토록 고가인 ‘샤또 무똥 마이어’는 과연 어떤 와인인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샤또 무똥 마이어란 와인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에 등장한 와인병은 사실 ‘사또 무똥 로칠드’.
방송법상 드라마 속에서는 실제 와인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름을 살짝 바꿔서 내보낸 것이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보르도 특1등급 와인으로 피카소, 샤갈, 앤디 워홀 등 유명 화가나 예술가들의 그림들로 와인 라벨을 장식하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생기는 또 한가지 궁금증. 실제로도 샤또 무똥 로칠드의 가격이 억대에 이르는가 하는 점이다.
와인은 빈티지별로 차이가 크지만 샤또 무똥 로칠드의 가격은 최저 수십만원부터 억대까지 이르러 이른바 ‘와인 테크’의 1순위 품목으로 꼽힌다.
샤또 무똥 로칠드 1945년 빈티지는 현재 남아있는 와인이 거의 없어 희귀하며 2007년 2월 뉴욕의 소더비 옥션에서 무똥의 와인 셀러에서 보관하고 있던
제로보암(4.5리터)이 310,700달러(약 4억5천만원)에 낙찰됐다.
‘떼루아’에 등장한 샤또 무똥 로칠드 1945년 라벨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을 기념해 ‘승리의 V’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샤또 무똥 로칠드의 ‘아트 라벨’ 시초가 됐다. 특히 1945년 빈티지는 전문 와인 영국 유명 와인잡지 ‘디켄터(Decanter)’에서
세계 정상급 와인 전문가들이 뽑은 ‘죽기 전에 마셔야 할 100대 와인’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최고 점수가 100점이라서 100점밖에 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극찬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가장 최근에 출시된 빈티지가 100만원대를 호가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와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바로 ‘무똥 까데’. 샤또 무똥 로칠드를 생산하는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는 1930년대 작황이 좋지 않아 와인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동생이라는 뜻의 ‘까데(cadet)’를 붙여 샤또 무똥 로칠드의 세컨드 브랜드 ‘무똥 까데’를 출시했다.
무똥 까데가 생산되자마자 유럽인들은 “매일 마실 수 있는 샤또 무똥 로칠드”라며 이 와인에 열광했다고 한다.
3만 8000원대로 부담 없는 가격을 가진 무똥 까데는 매년 1,000만병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아트 라벨’로 유명한 샤또 무똥 로칠드의 동생답게 프랑스 깐느 영화제 공식 와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생활경제 비즈플레이스 김성은 기자 fresh017@bizpla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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