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바람 게시판

바보들의 아름다운 꿈 - 연극연출가 김철리

보고 느끼고 2008. 12. 29. 18:01



아버지 : ......할대로 해봐라. 엉터리 같은 총을 얼마든지 쏴봐라.
세상에 시인이 살아있는 한 아무 것도 죽이지 못하리라.
     
맥그리거 : 우리가 살아온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었단 말인가.
강아지나 말이나 쥐, 모든 짐승에게 삶이 있건만
왜 우리에겐 기쁜 삶이 없단 말인가.
     
쟈 니 : 글쎄.....
누구 잘못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엔 뭔가 잘못된 게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

무언가 이 세상에 잘못된 게 있다면,
그것은 항상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탓은 아니다.
또 우리는 이들이 도달하지도 못할 꿈의 세계를 그리며
스러져 가는 것을 슬프게 볼 필요도 없다.
괴로움 속에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삶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우리들은 쟈니였으며 곧 아버지가 되어,
결국은 맥그리거가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요즈음과 같이 사람들의 마음이 황폐해 가는 세상에서,
그렇게 되어야만 바람직할 것이다.
눈에 환히 보이는 현실적이며, 물질적인 이익만을 위해
충실한 인간들은 너무 많으나,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쓰는
허황되고 바보 같은(?) 인간들은 또 너무 없는 것 같다.
한 순간의 물거품 같은 인생을,
또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살려 애쓰는 우리들은
진정 아름다운 꿈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게 아닌지......
현실이나 꿈이나 끝이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 <내 마음 고향언덕에> 연출의 말 -

대학시절 첫 연출 연극이었던 <내 마음 고향언덕에>(윌리엄 사로얀 작) 연출 당시 프로그램에 실었던 어설픈 글이다. 비록 어설프지만 순진했고, 깨끗했던 것 같다. 또 건방지기도(?) 하고.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내 모습은 과연 어떤지 두렵지만 똑바로 바라보려고 애를 써본다.



연극연출가 김철리
연극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에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한 김철리 연극 연출가는 국립극단 예술감독,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한국공연예술축제협의회장, 2008 서울아트마켓 추진위원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