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인 나는 색조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기껏 해봤자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정도? 누구 말마따나 화장품 장사 굶어죽기 딱 좋을 만큼만 쓰는 정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2~3년 전까지 스킨과 로션만큼은 아침·저녁으로 절대 빠뜨리지 않고 발랐었다.
하지만 이것도 최근에는 생략하고 스킨이든 로션이든 편한대로 하나만 집어 바를 때도 종종 있다.
사실 이렇게 손에 잡히는 대로 하나만 발라도 눈에 띄는 불편함(당긴다든지 등)이나 단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선 편해서 좋다가도 은근슬쩍 걱정되기도 한다.
'이렇게 제멋대로 편하게 쓰다가는 나이가 좀 더 들면 남들보다 훨씬 빨리 쪼글쪼글해져 버릴지도 몰라…
나이를 먹을수록 비싼 화장품을 써야 한다는데 이렇게 싼 화장품만 쓰다가는 이담에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일지 몰라.'
성인이 되어 내 화장품이란 걸 갖기 시작할 때부터 기초화장품은 피부를 위한 필수품이요,
스킨과 로션을 순서대로 반드시 써야 하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은연 중 걱정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친구들이나 화장품 아줌마는 한술 더 떴었다. 나이에 맞는 좋은(비싼) 화장품을 써야 한다고. 그러니 내가 걱정을 하는 건 당연했다.
오직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기초 4종 세트
그런데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구희연·이은주 지음, 거름 펴냄)의 저자들은 내가 한동안 굳게 지켜온 스킨 다음에는 로션이 잘못되었다고 충고한다.
스킨 다음에는 로션. 우리에게는 당연한 이 공식이 다른 나라 여성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왜냐면 기초 4종 세트의 개념은 더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하기 위한 화장품 회사의 한국형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4종 세트에 들어있는 각각의 화장품은 점성과 탄성에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다 같은 제품이다.
유사한 원료에 폴리머(화장품 내용물의 점성과 끈기를 결정짓는 화학물)를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묽으면 스킨, 점성이 높은 대로 로션, 에센스 크림이 만들어진다.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을 기본적으로 갖춰 순서대로 발라야만 한다고 대한민국 여성들을 세뇌하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화장품 회사의 거짓말이다.
화장품 회사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미백 에센스 하나만 사기보다는 미백 스킨, 미백 로션, 미백 에센스, 미백 크림 이 4가지를 다 구입하길 바란다.
이들의 꾸준한 광고 및 계몽활동(?)은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인지되었고 우리 어머니 세대를 지나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다.
화장품 회사의 충실한 학생이 되어 비슷한 제품군을 중복 구매하는 한국의 소비자들.
전 세계의 테스트 마켓이라는 별명 속에 혹시 비웃는 의미가 포함돼있지 않은지 찝찝해진다. - 책속에서
전문가들이나 화장품 판매원들은 스킨과 로션을 바른 후 에센스나 세럼, 아이크림, 영양크림이나 나이트크림 등을 풀코스로 바르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저자들에 의하면 점성과 탄성만 약간 다른 비슷한 제품을 바르고 또 바르고 덧바르는 꼴일 뿐 피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싸구려 화학물에 우리 피부가 더 손상될 뿐이다.
로션, 에센스, 세럼, 크림은 모두 다 같은 성분?
저자들은 이처럼 이제까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기초화장품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고, 화장품을 제대로 쓰려면 제대로 된 분류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이 꼭 필요한 화장품으로 우선 분류한 것은 클렌징, 화장수, 크림, 자외선차단제인 선크림.
꼭 필요한 화장품
클렌징
클렌징에는 수성과 유성이 있는데 진한 화장을 했을 때만 유성과 수성 한 가지씩 두 번 세안, 평소에는 수성 세안만 해도 된다고 한다.
너무 과도한 클렌징은 도리어 피부를 망가뜨리고 회복까지 힘들게 한다고 한다.
꼭 필요한 화장품
화장수
화장수에 많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자에 의하면 화장수는 클렌징 후 남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능만 한다.
천수성 성분이 많은 화장수가 피부에 침투해 특별한 기능을 발휘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고.
그러니 향과 방부제가 최소한 들어간 용량 많은 제품을 선택하여 화장솜에 묻혀 세안 후 피부에 남은 이물질을 닦아내는 정도로 쓰라고 충고한다.
꼭 필요한 화장품
크림
크림에는 다른 용도의 별개 제품으로 알고 있는 로션이나 에센스, 세럼, 기타 여러 크림들이 포함되는데
국내에서 로션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제품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애초부터 원칙에 없었던 제품이기에.
"에센스, 세럼, 크림 역시 모두 점도의 차이지 내용물과 기능은 비슷하다. 건조한 피부라면 크림 타입을, 지성 피부라면 에센스를 택하면 된다.
피부 상태는 항시 변하기에 평소에는 건조한 피부라도 여름에는 잠시 지성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 타입의 제품을 구비했다가 피부 상태에 따라 에센스 다음에 크림 하는 식으로 번갈아 바르면 그만이다.
순서대로 로션, 크림, 에센스 모두 발라봐야 피부위에서 섞이기만 할 뿐이다" - 책속에서
꼭 필요한 화장품
선크림
자외선 차단제로 불리는 선크림은 UVA, UVB 모두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을 우선 선택해 일상 생활용으로는 SPF15 정도,
강한 햇빛에 나서거나 장시간 외부 활동을 할 때는 SPF30 정도로 사용하면 좋다고.
비싼 화장품이 좋다고 여긴 이들이 느낄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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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이 4가지 분류에 따라 한 개씩만 사용해도 각 제품마다 각각의 기능이 있으니 충분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거듭 강조한다. "화장품에서 세트나 로션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허상이니만큼 세트로 갖춰 순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그동안 대부분의 언론들은 색조 화장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경고하거나 조명해왔다. 이런지라 저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초화장품에 대한 인식과 사용습관은 위험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기초화장품은 우리 피부에 직접 스며든다. 그만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저자들의 기초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읽는 내내, 책을 통해 우리나라 화장품과 화장품 회사들의 마케팅 등을 알면 알수록 우롱 당했다는 느낌과 배신감으로 착잡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죽는 날까지 절대로 몰랐을 어이없는 대한민국 화장품들의 실체들이기에.
아주 적은 수의 기초 화장품만을 사용하는 나도 이런데 나보다 훨씬 많은 화장을 하는 사람들과 비싼 화장품이 좋은 화장품이라고 맹신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면 얼마나 큰 배신을 느낄까.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을 쓴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던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들을 알려준다. 그들은 화장품 회사에 다녔고 누구보다 신상품 바르기를 좋아했으며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의심 한 번 없이 화장품 교육을 했던 지난날의 경험들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보충 자료까지 낱낱이 제시함은 물론이다. 아니 고발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화장품 가격책정 등에 대한 내용을 볼 때는 화장품 회사에 우롱당했다는 분노와 함께 고발하고 싶은 심정까지 드니 말이다.
화장품 안전하게 쓰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대략의 내용들을 소개해보면
▲ 화장품 연구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1.8% 광고비는 24%?
▲ 비싼 화장품이 좋은 화장품? 나이 들수록 비싼 화장품을 써야?
▲ 유아용 화장품은 순하다?
▲ 굳은 마스카라에 스킨을 섞어 써라?
▲ 알면 약, 모르면 독! BB크림의 진실은? 짝퉁 BB크림들을 조심하라!
▲ 저가 브랜드의 합리적인 가격은 값싼 석유계 자극 원료 덩어리?
▲ 샘플이 더 좋다? 천만에! 화장품 샘플의 안전성도 따져야 한다
▲ 기능성 화장품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능성 화장품은 회사의 돈줄
▲ 립스틱과 립글로스는 안전한가
▲ 내 피부는 건성? 아니 지성? 피부는 수시로 바뀐다?
▲ 5배 비싼 화장품 값은 브랜드 값
▲ 아무도 모르는 유통기한과 안전성,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고무줄?
▲ 전성분제도의 문제점과 바로 알기
▲ 내가 사는 화장품값에 공짜 샘플값도 포함
▲ 모공을 줄여주는 제품은 절대 없었고 절대 없다.
저자들은 화장품 안전하게 고르는 법과 쓰는 법, 함께 쓰면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 반드시 피해야 할 화장품 위험성분 20가지,
마법의 효과를 발휘하는 나만의 오직 한 가지(Only one)을 찾는 방법, 자신에 맞는 비누 만들어 쓰는 방법 등의 대안까지 제시한다.
최근 소비자 운동이 늘면서 이와 비슷한 책들도 나왔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이유는 저자들이 지난 날 화장품 업계에 근무했었다는 사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저자들의 말에 귀를 귀울이고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특히 나처럼 스킨과 로션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을 철칙으로 알고 있는 내동생과 내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나처럼 분노하고 제대로 된 화장품 제대로 쓰는 것에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
유치원생도 화장하는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이 타고난 피부의 면역을 영영 잃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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