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926. 도깨비
예전에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괴상망측한 모습이 떠올랐고,
꿈에 나타날까 두려워 이불을 뒤집어 썼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도깨비가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 아니라
생과 사, 이승과 저승 사이를 넘나들며
사람들의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는
친구같은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요일 밤, 영월 사회복지관에서는
우리 지역에 전승되는 도깨비 신앙을 소재로 한
창작극, <도깨비 불> 공연이 있었습니다.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쫓겨나
이곳 영월 땅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단종 임금.
그 무덤을 지키는 도깨비들의 이야기입니다.
관내에 거주하는 예술인들로 구성된
동강마을예술단에서 만들고 공연한 작품인데
춤과 노래까지 가미한 종합예술작품이라
보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웠습니다.
공연 내용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단종의 무덤(장릉)을 지키는 도깨비들은
참배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한가지씩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조만간 참배를 할 생각입니다.
이 해가 가지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
저 도깨비들에게 말하고 기다려 볼랍니다.
설령 이루어지지 않는다해도
복권을 산 것처럼
마음이 설레고 기다려지지 않겠습니까?
출처 : 작은 숲 속 이야기
글쓴이 : 라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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