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무지갯빛 줄무늬 양말은 그를 상징하는 패션코드가 되기도 했다.
‘양말은 구두색보다 짙고, 양복 바지의 색에 맞추어야 한다’는 걸 상식으로 여기는 사람에겐 괴이하기 짝이 없는
차림새다. 하지만 이것은 ‘트위스트’다. 우리말로는 ‘영국식 변형’쯤이랄까.
제 멋을 즐길 줄 아는 신사가 패션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규칙을 살짝 비틀어[twist]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란 알 듯 모를 듯한 복장이 대세로 돼가고 있는 요즘, 자신만의 양말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패션연출 방법도 있다. 전문가와 함께 요일마다 주제를 정해 양말로 연출하는 패션을 꾸며 봤다.
◆월 깔끔하게 업무 시작=재킷 한쪽이 안쪽으로 여며지는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는 키 작은 동양 남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상식. 더 작고 뚱뚱해 보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거꾸로 이런 슈트를 잘만 입으면 정말 개성있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 옅은 푸른빛 슈트와 보랏빛 넥타이에 파란점이 찍힌 양말이 포인트다. 양말의 바탕색은 양복 바지보다 짙은 색으로 무늬만 도드라지게 골랐다. 이 양말 하나로 딱딱한 슈트에서도 여유와 유머를 보여줄 수 있다.
◆화 창의력 뽐낼 외부 미팅=1950년대 명배우 프레드 애스테어는 흔히 ‘콤비’라 부르는 옷을 즐겨 입어 ‘색의 마술사’란 별명을 얻었다. 전혀 다른 소재와 무늬의 상·하의를 섞어 입는 차림이다. 갈색 계열의 체크 무늬 재킷 안에 주황색 니트를 받쳐 입었다. 짙은 고동색 바지와 더 짙은 바탕의 양말에는 주황색 니트와 비슷한 계열의 작은 무늬가 점점이 새겨져 있다. 정돈된 복장이지만 구두 위로 살짝 살짝 보이는 무늬는 ‘나, 이 정도 감각 있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표현한다.
◆수 절반쯤 왔으니 잠시 휴식=황토색 양모 재킷 안에 화려한 패턴의 니트 스웨터를 받쳐 입고, 벽돌색 코듀로이 바지를 차려 입었다면 양말은 와인색이 제격이다. 구두는 양말보다 조금 밝은 색상으로 하는 게 포인트. 각각 제멋대로인 것 같은 의상이 묘하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차림새다. 보는 이의 시선도 옷의 느낌처럼 따뜻하고 편안하다. ‘어떤 주제의 대화에도 기꺼에 응하겠다’는 여유를 보여준다.
모델=‘레리치’이헌 브랜드 매니저 | |
◆금 홀가분한 마무리=회색 캐주얼 재킷과 질긴 면 소재의 청바지색 ‘샴브리 셔츠’에 면으로 된 베이지색 ‘치노 팬츠’를 입었다. 넥타이 대신 ‘반다나’로 캐주얼 분위기를 더욱 살렸다. 반다나는 본래 정사각형의 인도 힌두식 손수건을 뜻하는데 요즘은 등산용 손수건을 이렇게 부른다. 주로 대각선으로 접어 목에 두른다. 셔츠의 푸른빛과 반다나의 짙은 남색에 맞춰 양말을 골랐다. 녹색과 흰색으로 된 마름모꼴의 ‘아가일’ 무늬가 돋보인다. 캐주얼이지만 상의가 비교적 단정하므로 양말은 색도 무늬도 튀는 것을 골라 작정하고 ‘드디어 주말이 왔다’는 자유로움을 드러낸다.
◆토 엘비스의 자유=엘비스 프레슬리가 1958년작 영화 ‘열정의 무대’에서 입어 유명해진 ‘해링턴 재킷’을 입었다. 이 재킷의 포인트는 안감이 체크무늬로 돼 있어야 한다는 것. 물빠짐이 없는 짙은색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로 편안하게 연출했다. 복잡한 요소는 재킷 안감과 양말 두 군데로 몰기 위해 양말을 과감하게 골랐다. 다양한 색상의 가로줄 무늬가 섞여 있어 록스타의 흥겨움에 경쾌한 재미를 추구하는 모양새다.
◆일 휴식과 충전=발목 위로 살짝 올라오는 ‘처커 부츠’와 그 위로 조금 깡총하게 접은 코듀로이 바지 사이로 빨강 양말이 눈에 띈다. 양말로 개성을 표현하려는 멋쟁이에게 처커 부츠는 필수다. 보통구두보다 목이 높아서 양말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처커 부츠를 신을 땐 바지를 접어 올려주는 게 더 멋지다. 영국인이나 이탈리아 신사들도 주말에 이런 스타일을 자주 한다. 양말의 색깔이나 무늬 선택은 자유다. 신사용 정장 양말만 아니라면 말이다. 상의도 재킷이나 점퍼가 아닌 카디건을 선택해 새로운 한 주를 앞둔 완벽한 휴식에 딱 맞아 보인다.
Tip 넥타이·행커치프와 어울리는 색 바람직
트위스트에 원칙은 없다. 어차피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 옷차림이어서다. 그래도 트위스트를 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있다. 먼저 옷의 어떤 요소와 독특한 양말을 조화시킬까 하는 것이다. 쉽게는 넥타이와 양말의 색을 맞추는 것이고, 행커치프나 커프스와 색깔을 어울리게 해도 좋다. 각 요소와 양말의 소재까지 비슷하면 금상첨화다. 니트로 된 타이라면 약간 도톰한 모나 울 소재의 것을 고르는 식이다. 피해야 할 소재도 있다. 캐주얼 차림에 매끈한 실크 소재 양말을 신는 것이나 정장 슈트를 입고 두텁게 짠 면 양말을 고르면 어색하다. ‘양말 트위스트’에 잘 어울리는 ‘처커 부츠’에 목 짧은 양말을 신으면 옷차림을 망치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