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것^^

자외선 차단제의 진실

보고 느끼고 2009. 3. 30. 02:58

이제는 범국민적인 상식이 되어버린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하려니 마치 수능을 앞두고 국영수를 강조하는 고 3 담임교사라도 된 듯하다. 자외선 차단제에 더 이상 밝혀지지 않는 진실이 있기라도 한 걸까? 해마다 비슷한 내용의 자외선 차단에 관한 기사를 써왔던 에디터로서는 또 다시 낭패감에 빠질 수밖에.

보다 새롭고 미처 알려지지 않은 자외선 차단제의 진실을 찾기 위해 화장품 회사에서 보내온 보도 자료나 피부과 주최로 열린 세미나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자외선이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고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화장품 회사나 피부과 의사, 두 그룹 모두 비슷하지만 자외선 차단제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런던 킹스 컬리지의 피부과학부 차장 앤토니 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고 해서 피부가 탈 때까지 야외에 있게 되면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단지 바르지 않았을 경우에 입게 될 손상보다 좀더 적은 손상을 입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다시 말해 자외선 차단제는 철갑 방패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당신은 물론 에디터 역시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한여름의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발랐으니까 괜찮을 거야”라며 슬리브리스 원피스 차림으로 겁없이 나돌아다닌 것이 사실이다.

“에어백과 안전 벨트가 있다고 해서 시속 150km로 차를 몰아서는 안 되는 이치와 같은 거죠.” 에어백과 안전 벨트 덕에 과속으로 인한 4중 추돌 사고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아무리 제임스 본드 카에나 장착할 만한 안전 장치라 해도 교통사고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하는 법이다. 단지 안전 운전만이 무사고를 가능케 할 뿐이다.

“워터프루프(waterproof)는 땀이나 물에도 잘 지워지지 않는 제품의 강점을 강조한 것이고 올 데이 프로텍션(all-day protection)은 아침에 한 번만 발라도 자외선 차단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부각시킨 거죠.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과 토익 만점이라는 이야기가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방수(waterproof)와 온종일 효과가 지속된다(all-day protection)는 자외선 차단제를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아름다운 피부과 서봉혜 원장의 이야기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자외선 차단제에 적힌 선전 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받아들이기보다 제품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서로 삼는 것이 옳다. “3~4시간 간격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죠. 일상 생활 속에서는 SPF 15~30 정도의 제품을 외출하기 30분 전에 바르고 그 후 3~4시간 간격으로 덧바르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덧바르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미, 주근깨 등의 색소성 질환이 있거나 야외, 해변가 등 자외선 노출이 많은 장소에서는 차단 지수(SPF)가 높은 제품을 바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SPF 지수가 높다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추가로 덧바르는 것을 잊지 말 것.

5월호 마감을 막 끝낸 어느 날 에디터는 한 다국적 화장품 브랜드에서 주최한 뷰티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주제는 여름철 피부 관리와 자외선. 이 날 초빙된 서울대학교 병원 피부과 윤상웅 교수의 강연 중 유독 에디터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자외선 차단 지수인 SPF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SPF는 자외선 B에 대한 효과만을 표시할 뿐 자외선 A의 차단 효과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외선 B에 비해 자외선 A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외선 A야말로 진피의 콜라겐을 손상시켜 피부를 노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조심해야 할 존재죠.” 윤상웅 교수의 지적이다. 게다가 자외선 A는 일년 내내 계속되는 데다(그에 비해 SPF로 차단되는 자외선 B는 한여름에 더욱 강해지고 특히 오후 12시에서 3시 사이에 내리쬐는 태양 광선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다) 주로 오전 일찍이나 오후 늦게 양이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피부 노화를 막으려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자외선 차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에디터가 지금까지 나름대로 피한다고 피했던 것은 자외선 B에 불과했단 말인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아침 저녁으로 쬔 자외선 A의 결과가 바로 탄력을 잃고 출렁이는 볼과 웃지 않아도 생기는 눈가의 잔주름이었던 셈이다.

윤상웅 교수는 “일반적으로 SPF 지수가 높으면 자외선 A를 차단할 확률도 높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둘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2000년 <미국 피부학회 저널(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SPF 지수가 45, 혹은 50인 일부 자외선 차단제가 자외선 A에 의한 피부 그을림 예방 효능이 가장 적은 반면, 파라솔 1789와 이산화티타늄, 멕소릴 SX를 함유한 SPF 20인 제품이 오히려 자외선 A차단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슈퍼마켓에서 탄수화물이나 전이지방 함량을 살피기 위해 포장 상자를 훑어보느라 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화장품 전문점으로 달려가 서너 가지 자외선 차단제를 쓰윽 살펴본 뒤 TV나 잡지에서 많이 본 듯한 것을 집어들 것이 아니라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최소한 SPF 15는 넘어야 하며 자외선 A를 차단해주는 파라솔 1789나 아보벤존, 혹은 티타늄옥사이드나 징콕사이드(산화아연) 등이 함유된 제품이어야 한다. 이 중 아보벤존은 FDA가 인정한 가장 효과적인 자외선 A 차단제이다.

“혹은 자외선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PA지수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모든 자외선 차단제에 PA 지수가 표기되어 있지는 않아요. 따라서 자외선A를 차단하는 성분이 함유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그 퍼센티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아보벤존이 2~3%, 이산화티탄이나 산화아연이 5~10% 함유되어 있다면 안심해도 좋습니다.” 최근 <화장품 쇼핑의 기술>이라는 책을 펴낸 뷰티 칼럼니스트 이나경 씨의 조언이다. 또한 자외선 차단제의 생명은 보통 3년이라고 알려진 화장품 유효 기간보다 훨씬 짧은 1년에 불과한 만큼 1년이 지난 제품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키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보통 체격의 여성이 온몸에 바르기 위해서는 약 28g 정도(소주잔 한 잔 가득)의 자외선 차단 크림이 필요하다(여기서, 잠깐. 페이스용과 보디용 자외선 차단제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얼굴에 바르는 제품인 만큼 가격은 비싸도 모공을 막지 않고 백탁 현상도 덜하도록 만들어졌다). 연구에 의하면 여성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양은 그것의 1/5에서 1/2 가량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기에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SPF 25라는 수치는 평소에 햇볕에 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의 25배 동안 차단 효과가 지속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확한 양의 반만을 바를 경우 SPF 7의 효과밖에 내지 못한다고. “대개 너무 조금 바르거나 뒤늦게 바르는 경우가 많다”고 이나경 씨는 이야기한다. 아닌게아니라 물 한 잔 못 마시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갈 정도로 바쁜 아침엔 에디터만 해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자마자 뛰어나오다시피 집을 나서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외선 차단 겸용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요. 자외선 차단 기능의 메이크업 베이스는 자외선 차단제에 약간의 색소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메이크업 베이스라기보다는 자외선 차단제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완벽하게 자외선 차단을 하기 위해선 꽤 많은 양을 발라야 하는데 이런 겸용 제품을 쓰다 보면 적게 바를 수밖에 없죠. 거듭 강조하지만 바르는 양에 따라 좌우될 뿐이지 가격이나 브랜드와 관계없이 자외선 차단 효과는 동일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되므로 SPF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식약청의 인증 검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모든 자외선 차단제가 똑같다고는 볼 수 없다. 자외선 차단 효과는 동일하지만 발림성이나 지속성,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 등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스스로를 자외선 차단제 예찬론자라고 부를 정도로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사람들조차도 순전히 부주의함 때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로는 고의적인 경우도 있다.

“피부과 의사들이 들으면 놀랄 일이지만 전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것을 자꾸 까먹어요.” 몇 달 전 인터뷰 때문에 만났던 탤런트 김지호의 이야기다. 그러나 피부 탄력 저하가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콜라겐이 파괴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십이 넘어 생긴 검버섯과 금세라도 밑으로 흐를 듯 처진 볼은 20여 년 전 어느날 즐긴 과도한 선탠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노화의 징후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FDA가 유일하게 인정한 노화 방지 제품이 자외선 차단제입니다. 사용감이 무겁다, 얼굴에 뭐가 자꾸 난다며 자외선 차단제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지구 끝까지 뒤져서라도 내게 꼭 맞는 제품을 찾아내야 합니다.” 자, 이쯤 되면 올여름 당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 각종 브랜드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내게 꼭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십년 후의 당신 피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