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

자연을 생각하는 신 주거문화-스위스

보고 느끼고 2008. 1. 26. 18:45

전 세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인 석유. 스위스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어 있고, 그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주거 문화에서도 이들의 정신이 나타나는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단열재로 건물을 모두 감싸는가 하면, 테라스 하우스의 경우도 겨울 난방을 할 때 석유나 가스와 함께 벽난로를 이용해 석유도 절약하고 집 안 분위기도 한층 돋워주고 있다.

이러한 스위스의 에너지 절약 문화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집이 바로 미너기 하우스다. 미너기(Minergie) 하우스란 이름은 미니멈(Minimum)과 에너지(Energie:Energy의 독일어)의 합성어로 집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한다는 컨셉트를 담고 있다. 미너기 하우스의 기술 요건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면 확실한 단열이 최우선이다.
  
효율적인 단열을 위해 미너기 하우스는 일단 벽체가 굉장히 두껍게 지어져 있다. 이는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벽 안에 단열재를 충분히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열을 받아 실내 기온을 높이기 위해 남향으로는 벽면 전체를 커다란 창문으로 만든다.



이때 중요한 것이 창문의 품질인데, 유리를 통해 실내 기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열투과율이 낮은 특수 유리를 세 겹 대고, 창틀 역시 최첨단 기술로 정확하게 만들어야 미너기 하우스의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커다란 창문이 실내 기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 더운 여름에는 실내 기온을 서늘하게 하기 위해 고품질의 차양 시스템이 필수다. 이때 차양 시스템은 보통 우리가 말하는 블라인드를 사용하게 된다. 또 모든 방의 창문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도록 크기 때문에, 간편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차양 시스템은 모두 리모컨으로 조절된다. 또 빛의 세기를 조절하기 위한 각도 조절과 프로그래밍 기능이 있어, 한여름에 25도 이상 올라가면 집에서 사람이 조절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양이 내려와 집 안을 서늘하게 유지한다.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는 동시에 미너기 하우스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테마는 ‘안락함(Comfort)’, 즉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미너기 하우스의 핵심 기술 중의 하나인 ‘공기 정화 시스템’인데, 외부에 있는 공기를 끌어들여 지하에서 온도를 조절한 후(여름에는 지상의 공기보다 지하의 공기가 차므로 공기가 시원해지고, 겨울에는 반대이므로 공기가 데워진다) 가장 적절한 온도의 신선한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그래서 집 안 공기가 항상 깨끗하고 주방에서 요리를 해도 집 안에 음식 냄새가 배지 않는 등 쾌적한 실내 분위기를 유지한다. 겨울에 난방을 할 때에도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거나 탁해지지 않아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필요가 없다.

난방 연료는 미너기 하우스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진보한 미너기 파시브(Minergie Passive) 하우스의 경우 같은 사이즈의 일반 하우스에서 쓰는 에너지의 10퍼센트 혹은 그 이하만으로도 난방이 가능하다. 이는 앞서 설명한 공기 정화 시스템과 단열 덕분이다. 난방 재료는 펠릿(Pellet)이라고 불리는 압축해서 만든 나뭇조각이다. 펠릿은 태워도 공기오염이 되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고갈되지 않는 저렴한 나무를 쓰기 때문에 매우 환경친화적이다. 이번에 취재한 리에스탈(Liestal)에 위치한 미너기 하우스는 열세 가구가 네 개 단지로 구성되어 있는 타운 하우스(벽을 공유하며 서너 가구가 붙어서 설계된 집) 타입인데, 일반 하우스 한 집을 난방하는 에너지로 열세 가구 모두를 난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미너기 하우스의 구조 요건  요즘 지어지는 미너기 하우스를 보면 대부분 나무로 외관이 되어 있다. 나무로 외관을 지을 경우, 콘크리트 등의 다른 소재에 비해 열전도율이 크지 않아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재 역시 자연친화적이고 가격도 다른 자연친화적인 소재와 비교해보았을 때 저렴하다.
  
하지만 나무로 짓는 것이 미너기 하우스의 기본적인 디자인 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건축가 베리스빌(Baeriswyl) 씨의 설명에 따르면 스위스의 미니멀한 건축 양식 및 현재 건축 트렌드를 반영한 미너기 하우스들은 마치 공식이 있는 것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크리에이티브한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너기 하우스는 미적인 외부 디자인보다 내·외부 구조와 시스템이 중요하다. 미너기 하우스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몇 가지 구조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로 반드시 남향이어야 한다. 충분한 일조량을 위해 집은 가급적 정남향을 바라보도록 설계해야 하며 집의 긴 부분이 남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둘째로 집과 집 사이의 거리는 충분한 일조량을 위해 최소 16미터, 보통 20미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창문 크기도 제한되어 있는데 남향 쪽 창문을 가급적 크게, 보통 벽 한 면을 모두 통창문으로 마감하고, 남향을 제외한 방향들은 창문을 가급적 적게 그리고 작게 단다.

미너기 하우스는 같은 크기, 비슷한 디자인의 일반 하우스와 비교하자면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보통 벽체의 단열재 두께가 20센티미터 가까이 되고 창문과 공기 정화 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건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위스인의 미너기 하우스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는 무척 높다. 그 이유는 거주하는 동안 연료비가 적게 들고, 환기를 위해 창을 열지 않아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너기 하우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위스인은 합리적인 계산하에 집을 지을 때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후대를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하는 의식 있는 마인드를 담는다. 이처럼 자신들의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가꿀 줄 아는 스위스인의 노력이 있기에 스위스라는 나라가 더욱 아름답게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글|강지현(스위스 통신원)  사진|문성진

출처 : blog.naver.com/gg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