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서울 시내 떡볶이 vs 떡볶이

보고 느끼고 2008. 12. 22. 20:57

콕 찍었따 여기가 떡볶이 지존 

 

서울 시내 떡볶이 vs 떡볶이

 

초등학교 때부터 쌓아온 이십여 년간의 떡볶이 내공으로 “나를 찌운 건 8할이 떡볶이다”라고 주장하는 L기자. 갑자기 잠이 안 올 정도로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한데 너무 늦은 밤, ‘내일은 반드시…’ 하며 인터넷을 열어 ‘서울 시내 맛있는 떡볶이 집’을 뒤졌다. 이럴 수가. 서울에 떡볶이 잘하는 집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오기가 발동했다. 좋아, ‘궁극의 맛’을 찾아내고 말 거야.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떡볶이 명가들을 메모하며 결심했다.

어디가 최고인지 직접 먹어보고 평가해 주리라.


그리하여 L기자는 다음날 일찍부터 서울 시내 유명 떡볶이 집 탐방에 나섰다.

한때 떡볶이 동호회에서 활동했으며, 제주도의 떡볶이 맛까지 꿰고 있다는 자칭 떡볶이 전문가 S양을 급히 섭외했다.

인터넷 맛집 동호회와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먹어본 가장 맛있는 떡볶이’는 무엇이었는지 탐문수사에도 들어갔다. 다섯 곳이 레이더에 잡혔다.




이렇게 평가했다

일단 ‘어디서 먹든 평균 맛은 한다’는 즉석떡볶이는 대상에서 뺐다. ‘바닥에 눌어붙은 부분이 더 맛있다’는 등 ‘즉석’만의 장점도 많았지만 일단 출출한 밤에 포장이 안 된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했다. 아주머니가 커다란 판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휘젓는 ‘길거리표’만을 대상으로 서울 시내 강자 여섯 곳을 추렸다. 그러나 홍대 앞 주차장 골목의 일명 ‘조폭 떡볶이’는 최근 무슨 사정에선지 문을 닫는 날이 많아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사전 연락 없이 일반 손님처럼 무작정 가게를 찾아갔다. ‘이 고추장의 비밀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등 주인장들의 현란한 수식어는 듣고 잊었다. 느낀 그대로의 맛과 서비스를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매콤과 달콤 사이 … 현란한 맛의 스펙트럼

1 성대 앞 ‘나누미 떡볶이’


‘떡볶이 매니어’ 중에서도 이 가게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는 ‘부산 오뎅’이라 하고, 누구는 ‘HOT 떡볶이’(예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그룹 HOT가 이곳을 방문해 붙은 이름)라고 부른다.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몇 해 전 바뀐 이름이 ‘나누미 떡볶이’다. 간판 위쪽에 ‘(구)맛나김밥 부산오뎅’이라고 적혀 있다.

밀가루 떡볶이보다 굵은 쌀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추천했다. 한 입 크기로 앙증맞게 잘라진 쌀떡이 새빨간 양념 사이에 먹음직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명쾌한 붉은 빛의 양념은 달콤하면서도 맛있게 맵다. S양은 “맛있는 떡볶이 양념의 정답이 바로 이것”이라며 호들갑이다. 떡볶이 위에 뿌려진 자잘한 파 향이 살짝 풍긴다.

내부는 전형적인 학교 앞 분식집이다. 낮이건 밤이건 붐비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 사이에 비집고 앉는 것쯤은 감수하시라.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지는 않지만 일하는 아줌마들의 부산스러운 몸짓에 주눅들어 후루룩 먹고 나오게 된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통통하고 쫄깃한 정통 부산어묵 때문이다. 어묵 국물이 그리워 강남에서 술마시다 택시 타고 날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가격 : 떡볶이 2500원, 부산어묵 700원

위치 : 성대 정문에서 혜화역 방향으로 내려가다 오른쪽.

영업 시간 : 24시간, 02-747-0881

매운맛★★ 단맛★★

적당히 매우면서 적당히 달콤하다. 떡볶이 양념의 황금비율을 터득한 장인의 솜씨가 돋보인다.

서비스 정신없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질문을 허하지 않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맛있게 먹고 빨리 나오는 게 상책.

덧붙이자면 내가 뭘 먹었는지 스스로 기억하자. “뭐 먹었어?” 라는 계산대 아주머니의 질문에 뜸들이고 있으면 혼난다.


2 대치동 ‘만나분식’

강남 대치동 인근 학원가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이들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으로 꼽는 집이다. 은마상가 지하로 내려가 반찬가게 사이를 여러 번 오간 끝에 겨우 찾았다. 상호가 천장에 조그맣게 붙어 있어 가게 이름으로 찾기는 힘들다. 한쪽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분식집 중 출구 쪽으로 가장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떡볶이에 만두·어묵·계란 등을 넣은 ‘정식’ 을 주문했다. 떡볶이 양념에 무엇이 비벼지느냐에 따라 모듬·A코스·B코스로 나뉘어 있으니 취향에 따라 시키면 된다. 떡볶이는 양념 색깔이 새빨갛지 않고 불그죽죽한 게 척 보기엔 맛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입에 넣는 순간 잠시 ‘헉’ 했다. 초등학교 때 집에 가는 길에 사먹던 10원에 한 개짜리 그 떡볶이 맛이다. 단맛이 살짝 강하면서 복잡하지 않은 국물맛도 그렇지만, 막 떡볶이 판에 몸을 담근 쫄깃한 떡과 입에 넣자마자 뭉텅 잘리는 떡을 한접시 안에서 만날 수 있어 즐겁다.

후식으로는 뻥튀기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단다. 동그란 뻥튀기 사이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녹아 드는 맛이 일품이다. 근처 학원가 학생들, 장보러 나온 주부들로 항상 붐빈다. 아이스크림은 계산하면서 들고 나가는 게 불문율이다.

가격 : 떡볶이 2000원, 정식 2500원, 모듬 2800원, 뻥튀기 아이스크림 500원

위치: 대치역4거리 은마상가 지하 1층

영업 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02-557-7040

매운맛★ 단맛★★

단순하지만 맛깔스럽다. 초등학교 앞 ‘그맛’이 그리운 사람에게 강추.

서비스 손님이 많아 정신없지만 일하는 분들이 놀랍게 친절하다. 떡볶이를 남기면 아줌마가 서운해 한다.

덧붙이자면 소문 듣고 찾아갔는데 상가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람이 많다. 모르겠으면 ‘떡볶이집 어디예요?“ 라고 상인들에게 물어보라.


3 이촌동 ‘스마일 이촌 떡볶이’

이촌동에 사는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이촌동이 재개발되기 전부터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팔던 아주머니가 개발이 끝나고 나서 가게를 열었다. 이 집의 특별한 맛에 중독됐다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속출한다.

분식집 치고 깔끔한 분위기다. 떡볶이에 김말이·못난이·계란 등을 추가로 주문했다. 새빨간 양념을 뒤집어쓴 떡볶이가 꽤 매울 것 같다. 막상 먹어보니 전혀 맵지 않고, 단맛이 강하다. 약간 ‘불량 끼’가 나는 단맛. ‘추억의 떡볶이 맛’이라고 불리는 데는 일단 동의. 양념보다는 적당히 익힌 떡의 쫄깃함이 인상적이다.

매운 쌀 떡볶이를 좋아하는 S양은 ‘기대 이하’라는 평을 내렸다. 저녁 시간에 찾아갔더니 간단히 저녁으로 먹고 있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잠시 후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 십여 명이 몰려와 떠들썩하게 떡볶이 파티를 벌이는 통에 귀가 멍멍해졌다. 여유있게 떡볶이를 맛보고 싶다면 초등학생들을 조심하라.

떡볶이와 같이 나오는 단무지가 맛있다.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에 파인애플 향기가 살짝 풍긴다.

가격 : 떡볶이 2000원 야끼만두 못난이 400원

위치 :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로 나가 왼쪽 방향으로 가다 신용산초등학교 맞은편

영업 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30분, 02-749-5507

매운맛★ 단맛★★★

‘매워야 맛’이라면 비추. 단맛이 좋다면 강추.

서비스 어린아이들이 가게를 마구 뛰어다니는데도 종업원들이 다들 스마일. 주의라도 좀 주셨으면.

덧붙이자면 ‘스마일 떡볶이’를 찾아갔는데 ‘이촌 떡볶이’라고만 써 있어 헤맸다. 상호 옆에 스마일 그림을 찾아내는 게 숙제다.

4 명지대 앞 ‘엄마손 떡볶이’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카레 향 비슷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떡볶이 집치고는 꽤 큰 규모다. 근처 명지대 학생이라면 당연히 아는데, 졸업 후에도 맛을 잊지 못해 들르는 사람이 많다.

놀랍도록 싸다. 떡볶이 1인분이 아직도 1000원. 양은 많지 않지만 쫄면·만두 등을 함께 시키면 혼자 먹기에 충분하다. 평범하지 않은 맛이다. 입에 넣으니 톡 쏘는 느낌이다. ‘뭘 넣은 걸까’를 주제로 S양과 옥신각신했다. ‘카레+라면 수프’ 라는 S양의 주장과, ‘카레+한약재’라는 기자의 주장. 나가는 길에 주인 아줌마에게 물어봤다. “라면 수프 넣으신 거죠?”라는 S양의 말에 “절대 아니다”라며 사장님이 약간 화를 냈다.

다른 곳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독특한 소스의 맛도 그만이지만 기다란 밀가루 떡이 씹히는 맛도 좋다. 이곳의 인기 사이드 메뉴는 미니 김밥이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푹 찍어 먹으면 최고다.

가격 : 떡볶이 1000원, 쫄면·라면 사리 1000원 김말이, 계란 400원

위치 : 명지대 정문 건너편 GS25와 SK텔레콤 샛길로 들어가 왼쪽 모퉁이

영업 시간 : 오전 9시~오후 11시30분, 02-305-7572

매운맛 ★★ 단맛 ★★

달면서도 쓰고, 약간 맵기도 한 복잡하고 신비로운 맛이 강점. 색다른 맛을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 추천.

서비스 매장이 넓고 사람도 많지만 아주머니들이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줄 정도로 여유 있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예쁘게 찍어 올려 달라”고 응원까지 해준다.

덧붙이자면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몇 년 전에는 여러 곳에 체인점을 열었다가 맛이 보장되지 않아 일부는 문을 닫았단다. 제대로 된 카레 향 떡볶이를 맛보려면 명지대로.

5 홍대 앞 ‘요기’ 


수요일을 간절히 기다렸다. ‘요기’가 일주일에 한 번, 떡볶이 메뉴를 선보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집의 주 종목은 국수지만 수요일에만 한정 판매하는 희소성 덕에 ‘요기 떡볶이’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명품이 됐다. 수요일도 하루 종일이 아니라 오후 4시부터 준비한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만 판다. 보통 오후 8~9시면 다 팔리기 때문에 밤늦게 가면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과연 일주일이나 기다려 먹어봐야 할 정도로 맛이 있을까? 이곳의 맛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애호가 사이에서는 ‘쫄깃한 쌀떡이 새빨간 양념과 버무려진 맛이 일품’이라는 평과 ‘맵기만 하고 떡에 스며든 깊은 맛이 없다’는 평으로 나뉘어 있다. 수요일 6시쯤 찾아가니 막 떡볶이 한 판을 다 팔고 새로 만들기 시작해 10분 넘게 기다렸다. 떡볶이를 입 안에 넣고 처음 느낀 감상은 ‘맵다’. 이 톡 쏘는 매운맛이 바로 이곳 매니어들을 만들어 내는 힘이다.

떡볶이에 곁들이면 가장 좋은 사이드 메뉴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납작만두. 자작하게 구은 납작만두를 떡볶이 양념에 담가먹으면 매운맛이 한결 덜하다.

가격 : 옛날맛 떡볶이 3000원, 떡볶이+납작만두 세트 3500원

위치 : 홍익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쪽으로 가다 오른편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11시50분, 02-3143-4248

매운맛 ★★★ 단맛★

매운 음식에 약한 이들에게 떡 3개 이상은 무리.

서비스 종업원보단 비집고 들어오는 옆자리 손님 때문에 싸움 날 가능성 있다. 좁은 공간에서 옆사람과 몸을 부딪치며 먹는 것이 이 집의 매력임을 명심하자.

덧붙이자면 떡볶이보다 국수가 더 맛있다는 사람이 많다. 대표 메뉴인 요기국수 3500원, 김치말이국수 4000원.


모든 음식이 그렇듯 떡볶이도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다. 다니던 학교 앞 단골집 주인의 손맛에 따라, 집에서 해주던 어머니의 솜씨에 따라 쌀떡파·밀떡파·매콤파·달콤파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기자는 너무 맵지 않은 단순 명쾌한 양념맛에 약간 불은 밀떡볶이 지지자다. 반면 함께 ‘순례'를 했던 S양은 강하고 독특한 맛을 선호하고 매운 맛을 즐긴다, ‘떡볶이집에 친절 따위는 필요없다'는 개인적 취향도 반영됐다.


옷 챙겨입고 나가기 귀찮을 땐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어도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집에서 만든 떡볶이는 거리의 그 맛이 좀체 나지 않는다. 가정요리 강사 이수연씨에게 ‘거리표 떡볶이’ 만들기를 배워보자.

<재료>

떡볶이 쌀떡 1팩(100g), 어묵 3장, 계란 3개, 대파 1대, 양파 1/2개, 포도씨 오일 1작은술, 다진 마늘 1/2큰술

양념 :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2큰술,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육수 : 멸치 한 줌, 다시마 10g(2장)=5컵

<조리법>

① 어묵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놓는다. ② 어묵·대파를 어슷어슷 썬다. 양파도 채썰어 놓고, 계란은 삶아 놓는다. ③ 냄비를 불에 올리고 멸치를 바삭하게 구운 다음 찬물을 붓는다. 다시마를 넣고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건져낸 뒤 멸치를 약불로 뭉근하게 끓인다. ④ 모든 양념은 섞어 놓는다. ⑤ 냄비에 포도씨 오일 1작은술을 넣는다.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멸치 육수 5컵을 넣는다. 떡과 찐계란을 넣은 뒤 양념을 풀고 익힌다. ⑥국물이 자작해지면 어묵을 넣고 뭉근하게 끓인 뒤 대파를 넣는다.

<힌트>

길거리 떡볶이에는 조미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맛을 내려면 떡볶이에 물 대신 멸치 육수를 써 보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밀가루 떡으로 만들 경우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떡이 불기 전에 먹어야 사먹는 떡볶이의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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