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와 유력 외식-급식업체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특산물 판매’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지 유통업체는 차별적 상품을 독점적으로 개발하는 기지화로 지자체를 활용하고 지자체는 자체 특산물 판매루트로 대형유통업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 협약들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기능을 한다. 소비자들은 자치단체에서 보증하는 상품을 일반 상품보다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특산물의 경우 지자체 브랜드 혹은 자치단체장의 인증은 ‘보증서’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개발한 ‘G’마크가 대표적인 예로 다양한 품목에서 프리미엄급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 특산물이 이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유통업체와 지자체의 협약이 꾸준히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소비자들의 호응이 약하면 언제라도 끊어질 수 있는 게 지자체-유통업체간 양해각서(MOU)의 허점이다.
지자체와 유통업체간 협약은 당연히 윈윈(win-win)을 전제하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별다른 성과 없이 유야무야되는 경우도 많다. 지자체는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지만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도 모자라고 산지의 역량이 역부족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 유통업체들이 지역별 점포에 현지 상품을 구비해 애향심에 호소하는 판촉활동을 노리기 때문에 이를 잘못 활용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역풍을 맞기도 한다. 가령 지역에서 현지 대형 매장으로 직송되는 상품의 경우 신선도를 보장하고 물류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포장-진열’ 등에 관련된 상품의 고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간 유통업자들은 흔히 유통과정에서 거품을 만들어내 가격을 올리는 원흉으로 질타받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은 산지 개발부터 운반, 포장, 유통매장 진열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노련하게 컨트롤하는 전문가들이다. 소비자들의 식품안전과 유통효율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산업이기도 한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협약식에 대해 농축산물 벤더, 식품유통 관련학계, 시장 바이어 등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말하자면 보완대책이다.
√ 막연한 지역홍보나 정치홍보를 위한 MOU를 자제하고 산지 상품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특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비가 먼저라는 것.
√ 대자본을 갖고 있는 기업체는 특화된 산지를 장기적으로 견인해갈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판촉활동이나 행사비 지원 등 순간적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지역별 생산-유통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까지 협약하라는 얘기다.
√ 지나친 독점욕이나 직거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독점은 언젠가 폐해를 낳는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또 직거래만이 만사형통인 것처럼 여기는 작금의 풍토도 문제라고 한다. 특히 농수축산물이란 생식유통의 세계에서는 벤더라는 중간 유통분야의 전문역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야흐로 ‘협력판매’ 시대가 도래했다는 데 있다. 산지-지자체-유통업체 등이 상호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최근 일어나는 연대 붐은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현상이 분명하다.
'농업 기술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기온시 사과수정, ‘뒤영벌’에게 맡겨라 (0) | 2010.03.23 |
---|---|
‘농협 개혁’ 릴레이 인터뷰 ② 성진근 전 농협개혁위원장 (0) | 2009.03.30 |
황사, 저리 비켜! 무서운 봄황사 건강하게 보내기 (0) | 2009.03.17 |
배추 무농약 유기재배 기술 (0) | 2009.03.03 |
‘농협 개혁’ 릴레이 인터뷰 ①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0) | 2009.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