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생협운동은 우리 농업을 지키고 우리 밥상을 보다 안전하게 차리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생협운동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참여, 연대하여 친환경유기농식품을 직거래하는 운동으로,
나아가 우리 농촌을 살리고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는 생명운동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또 나름대로 적잖은 조직 및 사업의 성과를 거두고 사회적으로 안전한 밥상차림과 건강한 농업살림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생협운동이 조직 및 사업의 성과를 거두면서 몇 해 전부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생협운동에 시련이 닥쳐왔다.
2005년부터 조합원수, 공급액, 출자금 등 조직 및 사업의 성장세가 급락하면서 생협운동에 위기가 불어 닥친 것이다.
그 위기는 시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생협운동이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휘말리게 되면서 그 전망도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생협운동의 매개였던 친환경유기농식품은 점차 일반시장에도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웰빙이나 로하스 등의 새로운 문화코드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소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난립하고 있는 유사 매장은 물론이고 식품·유통 자본들이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에 뛰어들어
대형 유통매장에서도 소비자들은 친환경유기농식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외국산 유기농식품 수입의 증가와 더불어 급속한 농산물 전면개방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농민들이 대거 친환경유기농업으로 전환하면서
친환경유기농식품의 공급과잉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문제는 생협운동이 시대의 바람을 타고 2000년을 전후하여 급성장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된 것에 있었다.
급성장은 운동의 원점을 다지면서 주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작업을 소홀하게 만들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생협을 키운 것은 8할 이상이 시대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위기 또한 그 바람이 몰고 온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산물 수입개방 국면이 친환경유기농업을 시대적 대세로 만들고,
삶의 질을 찾는 소비자들이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의 파이를 키우자 식품·유통자본들의 본격적인 진격과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틈새시장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생협운동이 한 순간에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다시 생협운동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생협의 이념 지향과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 조합원을 중심에 세우는,
조합원에 의한 생협운동이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기업과의 한 판 경쟁에서 이기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다른 차원의 생협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앞으로 생협운동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계속 확보해내면서 그 전망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생협다운 민주적 조직운영틀 구축,
먹을거리를 포함한 새로운 활동소재의 확장, 지역 공간에서 연대하여 자립·자치·순환형 지역사회 만들기,
생활권 중심의 지역생협으로 조직분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조직·사업시스템 만들기,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성 강화,
지역순환·자급을 도모하는 지역거래시스템 구축, 활발한 도농교류활동 통한 도농간 삶의 연대 폭 확대,
국내 친환경유기농식품 잠재수요를 잠식하는 수입 유기농식품 견제활동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조완형(한살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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