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유통경로(Channel)을 분석하자 _ 상

보고 느끼고 2008. 12. 18. 20:07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11일 주요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25개 농축수산물 품목의 생산 및 유통 구조를 분석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 고 밝혔다.

이어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해 놓았고, 생산에서 유통, 가공, 수출 단계까지 전반적으로 살피면서

비료 구입이나 농기계 임차에 불필요하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 또한 소매 단계에 거품이 있는지 등을 따져 보겠다.” 는 말도 덧붙였다.

농수축산업계의 수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깊은 관심을 보인 내용이라 반갑기는 했다.

"김장은 끝나가고 배추는 썩어가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으로 농민들에게는 자식 같은 배추와 무가 그들의 논밭에서 폐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가격 폭락은 재배면적 증가, 경기침체, 기상여건 호조, 수입농산물 증가 등 여러 원인으로 파악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농정당국의 농산물 유통정책 실패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올해만 발생한 해프닝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어 더욱 더 농업인들의 분통을 터지게 만들고 있다.

각 지자체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적인 농산물 경작 정보를 사전에 조사, 분석해서 전국 재배면적을 미리 조절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말만 무성할 뿐 전혀 실효적인 대책 없이 지금까지 매년 판에 박은 잘못만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농산물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불규칙 수요는 농업계의 영원한 숙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농업CEO들은 매번 이렇게 농정 당국과 농산물 도매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에만 유통문제를 맡기고 손을 놓고 있어야 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이제 우리 농업인 스스로 농산물 유통 부문에서 발상전환적 아이디어를 찾아내 문제를 풀어가야 할 때인 것이다.

농업인 스스로 농산물 유통 부문에 발상전환적 아이디어를...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을 하여야 할까?
농산물유통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통경로(Channel) 분석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경로를 분석하는 일은 아주 어렵고 힘든 일 중에 하나이다.

왜냐하면 고비용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주 복잡한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위 표는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 형태의 거의 대부분을 망라해 놓은 테이블이다.
물론 몇몇 유통경로는 농업인들이 잘 알고 있고, 실제로 유통도 하고 있겠지만 나머지 유통경로에 대해서는 어떠한 장.단점이 있으며,

어떻게 정보와 인맥을 찾아내 진출해야 할지 막막하기 십상이다.


특히 요즈음 농산물 유통에서의 큰 변화는 인터넷, 홈쇼핑TV의 등장으로 유통의 전통적인 개념인 장소에 대한 제한이 깨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유통경로가 약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농산물 유통시장에서도 모든 분야에서와 같이 퓨전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유통경로를 명확히 분석해 나의 농산물에 적합한 유통경로를 찾아내는 일은 농산물마케팅 전략 결정 – 농산물 품질,

포장단위, 가격, 브랜드, 판촉 형태 등등 - 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팔 곳을 미리 알아보고 생산을 해야...

지난 3월 네이버카페 한국명품농수산마케팅 정기모임에 경북안동에서 유기농법으로 부추 농사를 지으시는 생산자 회원 한 분이 참석한 적이 있다.

통상 1년에 8차례 정도 부추를 생산해서 유통 시키는데, 작년에 무려 3번을 그냥 버리게 되어 너무 안타까웠다며 유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필자에게 상의를 해왔다. 이유를 들어보니 주변 5개 농가가 함께 생산 해서 납품을 하기로 했는데 내부 사정으로 계획이 틀어져 이런 한심한 일이 발생했다 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 처한 개별농가에게는 유통경로 분석이란 것이 이미 의미가 없다.

이유는 농산물 마케팅의 기본 – 팔 곳을 미리 알아보고 생산을 해야 – 에서 멀리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보고 있을 수 만도 없는 노릇.
당시 그분에게는 바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유통경로에 대한 정보나 인맥이 필요할 뿐 이었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부추는 특성상 인터넷상거래로 팔 수도 없어,

결국은 김치공장, 반찬공장과 같은 대형 소비처를 뚫어야 하는데 정보와 인맥이 없으니 그것도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카페 내에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반찬공장과 김치공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알려 드렸는데, 그다지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던 것 같다.

이유는 무엇 이었을까?
바로 유통경로에 대한 분석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라 농산물 출하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즉, 반찬공장이나 김치공장에서 원하는 품질, 가격, 포장단위, 구매조건, 거래방법 등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지식이 미미하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납품이 힘든 상태였던 것이다.

필자가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기는 했지만, 공장 측에서도 준비가 안된 농산물을 납품 받아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싶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한국농업마케팅연구소 대표/경영컨설턴트  최   죠   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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